26일(현지시각)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미국을 제소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소법(IRA)에 인한 전기차 보조금이 공정한 시장 경쟁을 왜곡한다는 주장이다.
중국 상무부는 성명에서 "IRA 및 관련 규칙이 차별적이며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을 심각하게 왜곡했다"며 “”이는 중국과 다른 WTO 가입 국가들의 상품을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은 오히려 중국이 불공정하며 비(非)시장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 EU 중국 전기차 성장세 우려… 보조금 및 수입 제한
이번 중국의 WTO 제소는 미국이 IRA법에 의한 전기차 보조금 제한 규정을 확정한 지 석 달만에 나왔다. 지난 1월 미국 정부는 IRA 핵심광물 및 배터리 부품 적용 기준을 강화해 세액공제 지급 대상 모델을 2023년 43개에서 2024년 19개로 절반 이상 줄였다.
블룸버그는 올해 1~2월 중국산 전기차의 EU 수출량이 작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2022년 8월 제정된 IRA는 북미에서 생상된 신규 판매 전기차 1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11만원)의 보조금을 제공한다. 기후 대응을 위한 전기차 전환 가속화와 미국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목표다.
2024년 1월 이후 해당 규정이 강화되면서 ‘우려되는 외국기관(FEOC)’에서 공급받은 배터리 부품이나 원자재가 포함된 차량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지난해 12월 미국 정부가 발표한 지침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지분의 25%를 소유한 경우를 포함하여, 중국 정부 관할 내에 있거나 통제를 받는 모든 기업은 FEOC로 간주된다. 해당 규정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에도 적용된다. 다만 호주, 인도네시아 등에 위치한 중국 민간 기업의 해외 자회사는 FEOC 기준에서 제외된다.
싱가포르 경영대학교의 법학 교수 헨리 가오(Henry Gao)는 “법적으로 볼 때 IRA가 WTO 규정을 위반한다는 중국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이는 EU도 지적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22년 11월 EU 집행위원회는 미 재무부에 보낸 서한에서 “IRA의 보조금 및 세액공제 혜택을 수입 제품을 차별할 수 없다는 WTO 조항에 위배된다”고 명시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이것이 IRA에 대한 EU의 첫 공식 대응이라고 보도했다.
가오 교수는 이번 중국 상무부의 제소에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발언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시진핑 주석은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10차 집단학습에서 “국제법을 기초로 하는 국제질서를 화고히 유지하고 국제규칙 제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글로벌 거버넌스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발전을 추진해 인류 운명 공동체 건설에 기여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 또한 국가 주도로 자국 산업을 육성시킨 전례가 있다. 2019년 S&P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른바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해외 기업 ‘화이트 리스트(whitelist)’를 작성, 해외 배터리업체를 자국 시장에서 배제한 바 있다.
WTO 상소기구, 2019년 이후 사실상 기능 마비 상태…
중국의 제소는 정치적 ‘명분’ 쌓기
이번 제소가 미국의 태도를 바꾸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2021~2022년 미국 무역대표부(USTR) 수석 고문을 지냈던 경제학자 브레드 세서(Brad Setser)는 X(구 트위터)에 “미국은 중국의 소송을 무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재무장관 쟈넷 엘런(Janet Yellen) 또한 중국이 제소한 직후 미국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태양에너지,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량 증가가 글로벌 가격을 왜곡하고 있다”며 중국이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불공정한 경쟁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차 전문매체 클린테크니카(CleanTechnica)는 WTO 무역소송 자체가 큰 의미가 아닐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만일 WTO가 중국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다면, 미국은 언제든지 항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항소를 듣고 조정하는 WTO 상소기구(Appellate Body)는 2019년 12월 이후 사실상 기능이 마비돼 있다. 미국이 2017년 상소위원 임명을 거부하면서, 상소위원 정족수 미달로 법적 공백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상소기구의 권한이 과도하다며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는 임시 상소중재제도로서 2020년 출범한 ‘다자간 임시상소중재약정(Multiparty Interim Appeal Arbitration Arrangement·MPIA)’이 활용되고 있다.
클린테크니카는 중국이 WTO 제소에 대한 결과를 예측하면서도 특히 아시아권 국가에 통할 수 있는 정치적, 법리적 ‘명분’을 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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