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기업 비야디(BYD)가 저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BYD의 보급형 전기차 시걸(Seagull)은 6만9800위안(약 1291만원)부터 판매된다. 달러로 환산해도 1만달러(약 1341만원)가 안 된다.   

지난해 4분기 BYD는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꺾고 글로벌 판매량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전기는 석유보다 싸다”… BYD, 거의 모든 모델 가격 인하  

“전기는 석유보다 싸다”. BYD의 마케팅 표어다. 내연기관차 이용자들을 전기차로 유인하기 위한 공격적인 문구다.

25(현지시각) 블룸버그는 BYD가 지난해 12월보다 100개 이상의 기존 모델 가격을 인하했다고 보도했다. BYD의 시걸 해치백(Seagull hatchback)은 기존 가격보다 5% 할인된 6만9800위안(약 1291만원), 가장 많이 팔리는 진 플러스 세단(Qin Plus sedan)은 20% 할인된 7만9800위안(약 1476만원)부터 구매 가능하다.  

블룸버그는 이번 정책이 중국 전역의 전기차 전환을 목표로 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는 보통 상하이나 선전과 같은 부유한 도시의 첫차 구매 대상자를 타겟으로 한다. 그러나 이번 파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은 비교적 전기차 구매 여력이 낮았던 소도시 및 농촌 지역 거주민들까지 겨냥하고 있다.

상하이 소재 컨설팅기업 오토모빌리티(Automobility) 최고경영자 빌 루소(Bill Russo)는 “이것은 가격 전쟁의 2 라운드”라며 “BYD가 높은 마진율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BYD의 이번 정책은 가격 경쟁이 익숙한 중국 내수 시장 관계자들에게도 충격을 줬다. 중국 승용차 협회(China Passenger Car Association) 사무총장 추이둥슈(Cui Dongshu)는 블로그에 “(가격 경쟁이) 놀라운 수준에 도달했다”며 “내연기관 자동차 중심의 일부 자동차 제조업체는 가격을 낮출 여지가 남아있지 않다”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BYD 시걸 / 중국 산업정보기술부 제공
BYD 시걸 / 중국 산업정보기술부 제공

미국 자동차 업계도 흔들리고 있다.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전 임원이자 현재 자동차 비용 절감 컨설팅업체 케어소프트(Caresoft) 사장 테리 워이초프스키(Terry Woychowski)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사건"이라며 "자동차 업계에 대한 명확한 경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BYD가 글로벌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만큼, 문제의 '시걸'이 미국에 상륙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 제조업 연합(U.S. manufacturing advocacy group)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매우 저렴한 중국산 자동차가 미국 시장에 들어오면, 미국 자동차 산업은 멸종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중국 전기차 전환, 애국 소비와 하이브리드 차량 선호로 빠르게 진행 중…

과잉경쟁... 업계 통폐합 필요성도 

현재 중국의 전기차 전환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모델 등 신에너지 차량은 지난 2월 중국 신차 판매량 중 35.8%를 차지했다. 이중 BYD의 진 플러스와 시걸은 각각 세단과 해치백 판매량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불과 1년 전 닛산의 세단 내연기관차 실피(Sylphy)가 최고 판매량을 기록하고, 폭스바겐의 중형 세단 라비다(Lavida)가 그 뒤를 이었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다. BYD의 저가 공세가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13만970대에 불과했던 BYD의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2023년 157만대로 급증했다. 지난 4분기에는 테슬라를 넘어서 세계 최대 전기차 판매업체로 등극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테슬라가 시작한 전기차 가격 경쟁을 BYD가 끝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인의 애국 소비, 서구권보다 빠른 전기차 보급 속도, 그리고 중국인들의 하이브리드 선호 경향 때문이다. 테슬라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배터리 방전 시 대비가 어렵다.   

중국은 최근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신에너지 자동차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종료했으나,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시장으로 군림하고 있다. 블룸버그 NFT는 올해 전기차 판매량으로 중국은 810만대, 유럽이 320만대, 미국은 19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격화된 가격 경쟁으로 인해 중국 제조업체들도 압박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아직 전기차 생산으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 기업들의 막대한 투자 결과는 2025년경에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시점에서 가격 전쟁이 확대되면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HSBC 첸하이 증권(Qianhai Securities) 중국자동차 리서치 책임자 유첸 딩(Yuqian Ding)은 “중국 시장에는 브랜드도 많고 모델도 많다”며 “업계 통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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