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9일(현지시각)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UN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제3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3 discussions)’가 국가 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종료됐다.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각국 대표와 관계자들은 회담의 진전을 위해 500건 이상의 의견안을 제출했지만, 어떠한 방안도 채택되지 못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2022년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 5.2)에서 국제협약 성안 추진 결의를 채택, 총 5차례의 ‘정부간협상위원회(Intergovernmental Negotiating Committee, INC)’ 회의를 통해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 성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3차 회의에는 외교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우리 정부 대표단을 비롯해 전 세계 약 160개국 정부 대표단과 이해관계자 등 약 2500명이 참석했다.

제3차 플라스틱 협약이 난항 끝에 종료됐다. / UNEP
제3차 플라스틱 협약이 난항 끝에 종료됐다. / UNEP

UN 플라스틱 협약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2015년 파리 협정처럼 법적 구속력이 있는 강력한 합의안이다. UN은 “이번 플라스틱 협약은 파리 기후 협약 이후 가장 중대한 친환경 협약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3차 회의는 각국의 의견 차이만 확인하고 종료됐다. 지난 9월 발표된 규제 협약 초안(Zero Draft)의 구체화를 목표로 했지만, 다음 4차 회의를 위한 국가간 협력 과제 도출에도 실패했다. 

쟁점은 플라스틱 제품 제조의 원료인 1차 플라스틱 폴리머의 규제 여부다.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이란 등은 플라스틱 생산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조항 삽입에 반대했다.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해서는 생산이 아니라 재활용, 재사용 등 폐기물 관리에 중점을 두어야 하며, 그 목표도 개별 국가가 자율적으로 수립,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성명을 내고 “플라스틱 원료 화학물질 폴리머(polymers)의 생산은 이번 국제 플라스틱 협약 내에서 논의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란 대표단 또한 “플라스틱 오염을 발생시키지 않는 1차 원료의 추출 및 가공 단계는 국제적인 논의 범주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나이로비 지부 대표 그레이엄 포브스(Graham Forbes)은 협약을 반대하는 국가들을 향해 “그들은 회담의 의미 있는 진전을 막고 있다. 이는 재앙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2년 UN환경총회(UNEA, UN environment assembly resolution)가 발의한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한 결의안에서도 “2024년 말까지 공정 초기(upstream)를 포함한 플라스틱의 전체 수명 주기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조약”을 만들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환경미디어 에디는 산유국들이 조약 추진을 반대했지만, EU 중심의 60여개국이 이를 저지했으며, 약 160개 참여국들 중 140여개국은 자발적 목표보다 구속력이 있는 협약 제정을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플라스틱 업계, 플라스틱은 필수 원자재… 감축보다 순환경제 구축해야

한국, 생산량 감축에 유보적 입장… 폐기물 관리 방안 제시

플라스틱 산업 관계자들은 재활용 인프라와 포장 디자인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며, 플라스틱의 순환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차피 식수, 식품 등 위생을 위해서는 플라스틱 사용을 피할 수 없다는 논리다.

세계 플라스틱 협의회(World Plastics Council) 회장 베니 머먼스(Benny Mermans)는 “(플라스틱) 순환성을 높이면, UN 지속가능 개발목표(SDGs) 달성을 위한 필수 재료(플라스틱) 공급이 제한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지난 2023년 4월 UNEP에 제출한 사전의견서에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보다는 화학적 재활용, 생분해성 플라스틱 등 폐기물 관리 중심의 해결책을 제시한 바 있다.       

UN은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 조약 최종 비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4차 회의는 2024년 4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마지막 5차 최종협상은 2024년 11월 부산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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