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CEO 래리 핑크가 환경, 사회, 기업지배구조를 뜻하는 ESG 용어가 지나치게 정치화되었다며 사용하지 않겠다 언급했다고 지난 6월 26일 로이터가 보도했다. 매년 투자자들에게 연례 서한을 보내는 래리 핑크는 환경을 강조했던 2020년과 달리 올해 서한에서는 ESG 용어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바 있다.
미국 안티 ESG 움직임… 정치 쟁점화
일부 기업은 ESG 약속 철회하기도
ESG는 탄소 배출 억제부터 직장 내 차별 금지에 이르기까지 기업에 요구되는 다양한 윤리적 책임을 포괄하는 용어다. 하버드 로스쿨 기업 지배구조 포럼(Harvard Law School Forum on Corporate)은 지난 1년 간 미국 보수 정치인과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ESG에 대한 반발이 성행했다고 분석했다. 2022년 8월 플로리다 주지사 론 드샌티스는 “기업 권력이 ESG라는 모호한 기준 아래 투자 우선순위를 왜곡하고 미국 국민들에게 이념적 의제를 강요하고 있다”고 언급했으며,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올해 1월 세계경제포럼이 자체 투자 전략에 ESG 기준을 통합한다고 발표하자 “ESG는 사탄”이라는 트윗을 게시하기도 했다. 2022년 텍사스는 화석 연료에 적대적인 10개 기업을 보이콧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블랙록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도 있었다. 2022년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미주리, 애리조나, 웨스트 버지니아 등의 주 정부들은 블랙록이 관리하던 수십 억 달러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플로리다주 최고재무책임자 지미 패트로니스는 “래리 핑크 CEO의 ESG 목표는 지나치게 사회 공학적”이라며 “주주들의 재무 수익 극대화와는 상반된다”고 언급했다.
미국 보수 의원들도 ESG 이슈를 놓고 자산운용사를 비판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2022년 12월 보고서에서 블랙록, 스테이트 스트리트, 뱅가드 등 빅3 자산관리자들이 “재정 성과와 관계없는 정치적 운동”를 촉진시켰다고 비난했다.
이러한 논란으로 일부 월스트리트 기업들이 ESG 관련 정책을 철회했으며,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넷제로 수준으로 줄이는 UN 지원 넷제로 보험연합(NZIA)에서도 28개 회원사 중 12개 회원사가 탈퇴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래리 핑크, ESG 단어 사용 안 해… “정치적 무기 됐다”
래리 핑크는 지난 6월 25일 아스펜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ESG라는 단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ESG 용어는 진보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의 정치적 무기가 되었다"며, "ESG 문제에서 입장을 바꾼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핑크는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ESG에 대한 정치적 반발로 약 40억달러(약 5조2052억원)의 손실을 입었지만 이는 블랙록 전체 운용자산 9조달러(약 1경1711조원) 중 극히 미비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안티 ESG 운동이 실제 투자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한편 뉴욕대학교 법학대학원 겸임교수 데이비드 캐츠는 하버드 로스쿨 기업지배구조 포럼에 게시한 글에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기후 공시 채택이 임박했다”며 “이러한 규제는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기관투자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앞으로 이와 관련된 기관투자자들의 반응이 향후 ESG 공시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유럽연합은 2024년부터 기업지속가능성 공시규칙(CSRD)을 적용할 예정이다. CSRD는 지속가능성 공시 대상 기업을 기존의 1만2000개에서 약5만개로 확대하고 환경, 인권, 사회적 기준 등 위험에 대한 영향을 보다 상세히 요구할 것이라고 ESG투데이는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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