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기후 목표 달성 노력이 정체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지난 7월 31일 로이터가 보도했다.
영국의 기후 싱크탱크 인플루언서맵(InfluenceMap)이 전 세계 상위 45개 자산운용사를 분석한 결과, 2021년 이후 기후 투자 및 ESG 주주행동에 대한 진전이 거의 없었으며, 특히 미국 자산운용사들의 성과가 저조하다고 평가했다.
자산운용사들의 화석 연료 지분, 친환경 투자 보다 약 3배 더 많아
미국 자산운용사, 유럽보다 기후 노력 뒤쳐져
인플루언서맵이 전 세계 상위 45개 자산운용사의 포트폴리오, 기후 관련 주주제안 지지율, 투자한 기업의 친환경 전환 노력 등을 분석해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친환경 투자(3090억달러, 약 401조원) 보다 화석연료 기업(8800억 달러, 약 1144조원)의 주식을 2.8배 더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효과적인 기후 관리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는 2021년 이후 45% 감소했으며, 파리기후협약에 따른 포트폴리오를 가진 자산운용사는 슈로더투자신탁(Schroders)과 나틱시스투자은행(Natixis) 두 곳에 불과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유럽이 북미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유럽의 리걸 앤 제네럴 투자 매니지먼트(LGIM), 스위스의 UBS 자산운용, BNP 파리바 자산운용, 페더레이티드 에르메스(Federated Hermes) 등은 투자한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개진했다.
유럽 자산운용사들은 기후 분야 주주제안의 76%를 지지했다. 반면 미국 자산운용사의 기후 제안 지지율은 2021년 50%에서 2022년 36%로 하락했다. 세계 4대 자산운용사들도 뱅가드는 4.5%,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4.7%, 블랙록은 12%,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15%의 기후 제안을 지지하는데 그쳤다.
반 ESG 움직임, 미국 자산운용사들 더 민감하고 신중하게 만들어
유럽 자산운용사의 성과는 기후 표준 마련 등 전반적인 여건 때문
보고서는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자산운용사들의 성과가 부진해진 시기와 공화당 주도의 반 ESG 움직임이 일어나던 시기가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몇몇 주 정부는 금융기관 투자에서 ESG 요소를 금지했고, 화석 연료 기업을 배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자산운용사와의 거래를 제한한 바 있다.
로이터는 ESG를 둘러싼 정치적 분쟁으로 인해 미국 금융업계 관계자들이 기후 변화와 관련된 공개적인 언급을 꺼리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블랙록 CEO 래리 핑크는 ESG 용어가 지나치게 정치화되었다며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들의 조심스러운 움직임은 개별 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블랙록은 2023년 4월 보고서에서 “2022년 기업을 세부적으로 관리하려는 환경 쪽 주주제안이 증가했으며, 일부 제안의 방향성에는 동의했지만 지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뱅가드 또한 보고서에서 “환경 및 사회 부문에서 규범적인 주주제안이 증가했으며, 기업 이사회의 재량권을 침해하는 제안은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실제로 2023년 주총 시즌에서 환경, 사회 쪽 주주행동에 대한 투자자들의 지지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지속가능투자연구소(Sustainable Investments Institute)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에 기후 행동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은 올해 23%의 지지를 받았다. 작년의 36.6%에서 감소한 수치다. 또한 과반수 이상이 지지한 환경, 사회 관련 주주 결의안이 작년에는 35건이었지만 올해는 5건에 그쳤다.
반면 데이터 제공업체 딜리지(Diligy)는 유럽 기업의 ESG 주주제안 지지율은 2021년 10.6%에서 2023년 11.6%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비영리 싱크탱크 컨퍼런스 보드의 전무이사 마테오 토넬로는 “정치적 공격이 환경, 사회 관련 주주제안에서 대형 자산운용사를 더 신중하고 민감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모닝스타의 투자 스튜어드십 디렉터 린지 스튜어트는 인플루언서맵의 보고서에 대해 “유럽 자산운용사들이 적극적인 기후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것은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규제와 표준 확립 등 전반적인 여건 때문”이라며, “미국에서는 그 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린지 디렉터는 “다가올 COP28은 각국 정부가 탄소 제로를 향해 어떤 정책을 어떻게, 얼마나 추진할 지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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