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 기업의 기후 공시 의무화 도입을 보류했다.
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SEC가 제도의 적법성을 두고 법정에서 다투는 동안 기후 공시 규칙의 시행은 중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SEC는 이와 같은 조치가 기후 공시 폐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에너지 기업들, 공시 규칙 최종안 나오기도 전에 소송 제기
SEC의 기후 공시 제도가 시작하자마자 법적 도전에 부딪혔다. SEC는 지난 3월 6일(현지시각) 기후 공시 의무화 제도의 최종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표, 반대 2표로 통과시켰다. 초안이 발표된 지 2년만이었다.
그러나 SEC 기후 공시 규칙은 최종안이 발표되기도 전에 적법성 시비에 휘말렸다. 에너지 서비스 기업 리버티 에너지(Liberty Energy)와 노마드 프로판튼(Nomad Proppant)이 법원에 해당 규칙의 심사 중단 처분을 요청한 것이다.
제5 연방 순회 항소법원이 요청을 승인하면서 기후 공시 도입은 법원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보류됐다.
공화당도 참전했다. 아이오와 등 보수 성향 25개 주가 이번 기후 공시 규칙이 SEC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며, 기업 측에 너무 많은 비용과 부담을 요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 등 공시 관련 정보가 신뢰성이 떨어지거나 추측에 기반한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소송을 주도한 아이오와주 법무장관 브레나 버드(Brenna Bird)는 “(SEC가) 기업에 터무니없는 의무를 부여했다”며 “SEC의 임무는 투자자들을 사기로부터 보호하는 것이지 극단적인 기후 의무로 기업을 때리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소송은 환경단체도 제기했다. 환경단체 시에라 클럽(Sierra Club)이 기후공시 최종안이 스코프3 공시 의무를 제외시키는 등 초안보다 규제가 완화됐다며 법원에 SEC를 고소한 것이다.
미국 법원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각) SEC 관련 소송을 미국 중서부 지역을 관할하는 제8 순회항소법원에 통합 배정했다.
SEC는 성명을 통해 "기후 공시에 대한 법적 도전을 강력하게 방어할 것"이라며 "기후 공시 채택은 투자자를 위한 SEC의 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로펌들, 공시 늦춰질 수도 있지만… "대세 막지는 못할 것"
공시 규칙 불확실성,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타격
이번 소송이 SEC 기후 공시 도입을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대형 로펌 롭스 앤 그레이(Ropes & Gray) 변호사이자 ESG 부문 책임자 마이클 리텐버그(Michael Littenberg)는 "일부 기업들이 SEC 기후 공시 도입을 지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이것이 기후 공시 자체를 폐기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도입 시기를 지연시키는 목적은 규정 준수를 위한 준비를 강화하려는 데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유럽연합(EU) 등 다른 사업 지역에서 비슷한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기후 관련 데이터 수집에 들어간 바 있다.
따라서 AP 통신은 이번 SEC를 향한 소송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로펌 빈슨 앤 엘킨슨(Vinson & Elkins) 변호사 존 솔로자노(Jon Solorzano)는 “소규모 기업은 자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실현 여부가 불확실한 일에는 얼마나 투자해야 하는지 결정하기 어렵다”며 이는 사업적 리스크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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