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에 오른 안티 ESG와 ESG 투자 위축에 대한 소식은 노이즈다. 안티ESG 법안 내용과 ESG 펀드의 투자 설명서를 읽어보면 사실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이선경 대신경제연구소 ESG센터장이 대신경제연구소와 한국기후환경원이 2일 공동으로 개최한 ‘글로벌 지속가능금융 트렌드와 기회 포럼’에서 한 말이다.
포럼에서는 글로벌 지속가능금융 트렌드의 한 갈래로 지목되는 안티ESG의 부상과 ESG 투자의 위축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과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투자처가 제안됐다.
ESG 투자의 증가…자본의 흐름은?
포럼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 패널들은 전망이 좋은 ESG 투자처를 소개하고, 해당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한 조건을 설명했다.
국내 대표 임팩트 벤처 투자사인 D3쥬빌리파트너스의 이덕준 대표는 기후테크 시장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덕준 대표는 “기후테크 투자는 전 세계에서 지난해 400억달러(약 53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바로 상용화가 가능한 성숙한 기술이 전체의 11%, 시장의 초기 진입단계에 있는 기술은 36%, 남은 50%가량은 연구⋅개발이나 개념 증명(Poc)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이덕준 대표는 “벤처캐피탈은 기회와 위험이 모두 큰 성숙 단계 이전의 기술과 기업에 투자한다. 초기 단계의 기술은 비용이 크게 들기 때문에 공공기관이나 정부에서 이를 해결해 준다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린 프리미엄을 낮추기 위해 특히 미국은 예를 들어 수소 가격을 연도별로 가격을 책정하는 등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으므로, 국내에서도 정부가 이런 로드맵을 통해 시장에 일관성 있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수복 에코아이 대표는 탄소배출권 시장을 언급했다. 이수복 대표는 “한국의 탄소배출권거래 시장(ETS)은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0%를 커버하는 강력한 감축 수단으로 배출권 가격이 4만원일 때 2020년대비 1억톤을 줄일 수 있으며,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6만원이 넘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한국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2018년에 유럽보다도 높았으나, 현재 8000~9000원 정도로 떨어졌으며, 시장 조정자로 들어선 증권자들도 구매한 탄소배출권 가격이 너무 떨어져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진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월 제한과 같은 잘못된 처방은 멈추고 시장 제도를 완비하여, 시장이 스스로 기능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인프라도 중요한 투자처로 부각됐다.
이창석 삼천리자산운용 부사장은 “주로 에너지 인프라 부문에 투자하는 자산운용사로서 국내에서는 국내외로 태양광과 풍력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지리적 특성상 육상 태양광보다 산단과 지붕형 태양광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삼천리자산운용은 2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신부남 한국에너지공단 기후대응이사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2500억원 규모의 기업재생에너지펀드를 조성했으며, 하위 펀드들을 만들어서 총 6000억원의 투자액을 목표로 만들어가고 있다”며 “해외에서 감축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글로벌탄소제로 펀드도 약 3년간 450억원 규모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는 기업들이 개도국을 중심으로 한 국외에서 온실가스감축사업의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사업을 기획하고 평가 및 컨설팅하는 일을 하고 있다. 즉, 한국에너지공단의 글로벌탄소제로 펀드와 같은 자금의 투자처가 될 수 있는 사업들을 개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최재혁 GGGI 국장은 “그린수소, 바이오CNG, 부유식 태양광, 녹색 빌딩, 메탄 감축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티ESG는 정치적 용어일 뿐…ESG투자길 막히지 않아
안티ESG가 부상하여 ESG투자길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진단도 제시됐다.
이선경 센터장은 ESG와 반ESG라는 이분법적 구분은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이 연례서신에서 ESG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용어가 정치화됐기 때문이고 ESG 투자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미국의 공화당이 주도하는 주들에서 낸 소위 안티ESG 법안을 살펴보면, ESG투자를 한다고 해서 공공조달을 막는 게 아니라 이를 전면에 내세울 경우에 배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며 “ESG인지 반ESG인지 둘로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라 래리 핑크 회장의 말처럼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래리핑크는 2022년 연례 서한에서 에너지 믹스를 갈색에서 연한 갈색으로, 연한 녹색에서 녹색으로 바꾸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ESG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인식에 대해서도, 이 센터장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ESG라벨을 달고 나온 펀드를 더 엄격한 기준으로 단속하는 규제들이 나오자, 이름만 ESG펀드였던 상품들이 이름에서 지속가능성을 빼거나 청산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해당 펀드들의 투자 설명서를 살펴보면 ESG투자를 하겠다는 내용은 있지만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사도 전체 투자 시장에서 ESG 투자가 두드러지게 감소하지 않았다는 분석을 더했다. 이왕겸 이사는 “전 세계 펀드 중 ESG펀드의 비중은 2021년 초반까지는 4%를 겨우 넘는 수준이었으나 2022년 후반부터 6% 이상을 유지했고 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이사는 “ESG펀드도 거시 경제적으로 전체 투자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만, 펀드 비중은 지역별로 차이가 난다”며 “미국은 2023년 3, 4분기를 지나며 자금이 빠져나가는 양상을 확인했으나, 더 엄격한 ESG규제를 보유한 유럽은 지난해 4분기 일부 자금 유출이 있었으나 견고한 순유입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디어에서 보도되는 것처럼 ESG 투자가 안티 ESG 경향으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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