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현지시간), 항공사와 기타 주요 탄소배출권 구매자들이 자발적 탄소 시장을 피하기 시작하면서 탄소배출권 선물이 정점에서 90% 하락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영국증권거래소그룹의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동안 각 나라의 기후 정책이 강화되고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과 같은 탄소무역장벽이 생겨나면서 기업들은 자발적 배출권을 통해 탄소 감축을 이뤄왔다. 이어 자발적 탄소시장의 규모도 확대됐다.
에코시스템 마켓플레이스(Ecosystem Marketplace)가 지난 8월 내놓은 '자발적 탄소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자발적 탄소시장 규모는 지난해 20억달러(약 2조5930억원)에 달하는 성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크레딧은 약 5억개가 교환되었다. 시장 규모는 2037년까지 1조달러(약 129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던 지난 9월, 세계 50대 탄소상쇄 프로젝트를 분석한 결과 78%가 쓸모없다는 영국 가디언의 탐사 보도 이후 자발적 탄소시장 검증기관인 베라(Verra), 사우스 폴(South Pole) 등의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됐고, 탄소배출권 구매를 포기하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지난 10월, 셸(Shell)의 CEO인 웨일 사완(Wael Sawan)은 석유 메이저가 탄소 상쇄에 연간 1억달러(약 1297억원)를 지출하겠다는 계획을 포기했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셸은 액화천연가스의 생산 및 운송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상쇄하기 위해 민간 자발적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을 구입한 바 있다. 2030년까지 매년 1억 2000만 톤의 이산화탄소 환산 양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구매할 계획이었다.
이후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 선물은 수요 감소에 대한 예상으로 급락했으며, 항공사의 배출량을 포괄하는 상쇄 선물은 11월 상장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전했다.
카본 다이렉트 보고서, 2023년 민간 탄소크레딧 발행량 전년보다 5% 감소
탄소관리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카본 다이렉트(Carbon Direct)는 ‘2023 자발적 탄소시장 현황’이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통해 민간 탄소 크레딧 발행량이 전년보다 5% 감소했다고 전했다. 항공 및 에너지 회사가 크레딧 구매를 연기하기 시작하면서 개발자들이 탄소 크레딧 발행을 줄이거나 프로젝트를 중단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이는 글로벌 탈탄소화 노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첨단 기술이 뒷받침하는 고품질 탄소배출권에 대한 관심은 잠재적 구매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뜨겁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전했다. 이러한 기술에는 탄소 저장을 통한 직접 공기 포집(DAC) 또는 지상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직접대기탄소포집(DACCS) 등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비용이다. CO2 환산 톤당 1000달러(약 130만원)가 넘는 DACCS 기반 배출권은 산림 보존 기반 배출권보다 138배 더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유치하려면 탄소배출권이 투자자의 신뢰를 불러일으켜야 하며 탄소배출권의 품질을 평가하는 메커니즘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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