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서 개최될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를 앞두고, 100개 이상의 기업들이 화석연료 보조금 중단을 촉구했다.

로이터는 지난 10월 화석연료 퇴출(Fossil to Clean) 캠페인에 참여한 131개 기업들이 COP28에 참석할 각국 정상들에게 ▲화석연료의 완전한 퇴출 ▲재생에너지 용량의 3배 확대 ▲에너지 효율 개선 추진 속도 2배 증가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131개 기업 연합의 총 매출액 합계는 1조달러(약 1287조원)에 달한다. 

COP28를 앞두고 131개 기업들이 화석연료 보조금 중단을 촉구했다. / COP28 홈페이지
COP28를 앞두고 131개 기업들이 화석연료 보조금 중단을 촉구했다. / COP28 홈페이지

COP28 앞두고 글로벌 에너지기구들 신경전…

원자력, 청정에너지로 인정받을지 여부도 관건

COP28을 앞두고 글로벌 에너지기구들의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쟁점 중 하나는 원자력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무 이사 피터 비롤(Fatih Birol)은 28일(현지시각) 파리에서 열린 세계원자력전시회 개막식에서 원자력에 대한 정부 지원을 촉구하며 “에너지 위기 극복과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서는 제2차 원자력 발전소 건설 붐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1970년대 석유 파동(Oil shock)으로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자 미국을 중심으로 원자력 발전이 크게 확대된 것을 가리킨 것이다. 

이날 국제원자력협회(IAEA) 사무총장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Rafael Mariano Grossi) 또한 파리 기후 협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약 400기에 달하는 전 세계 원자력 발전소 수를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미 10개국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 결정 단계에 있으며, 17개국은 건설을 위한 평가를 진행 중이다”, “몇 년 안에 12~13개의 새로운 원전 국가가 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원자력 발전 도입이 예상되는 국가로 케냐, 가나, 모로코, 나이지리아, 나미비아, 필리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을 꼽았다.   

한편 석유수출국기구(OPEC)은 IEA와 최근 몇 년 동안 장기 석유 수요 전망과 에너지 전환 정책 방향성 등을 두고 충돌하고 있다.  

IEA는 지난 10월 ‘세계 에너지 전망(World Energy Outlook) 2023’ 보고서에서 각국 정부 정책에 따르면 2030년 이전에 석유, 천연가스, 석탄의 수요가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OPEC은 ‘세계 석유 전망(World Oil Outlook 2023)’ 보고서에서 석유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2045년까지 14조달러(약 1경8065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IEA와 OPEC이 상반된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OPEC 사무총장 하이탐 알 가이스(Haitham Al Ghais)은 “신규 석유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라는 요구는 잘못된 것이며 이는 에너지와 경제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기후 조치가 세계 에너지 안보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IEA와 달리,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는 원자력은 기후 문제의 해법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웹사이트를 통해 “원자력 발전은 건설이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며, 엄청난 양의 폐기물을 발생시킨다”며, “재생에너지는 보다 저렴하고 쉽게 설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원자력이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로서 인정받을지 여부는 COP28의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 약세… 기후 금융 조달에는 문제 없나

131개 기업연합, 화석연료 보조금 중단 촉구

한편 재생에너지 업계는 COP28에서 기후 금융 규모가 축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부국장 가우리 싱(Gauri Singh)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금리 인상이 기후 이니셔티브 자금 조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에 “매우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COP28 주요 의제 중 하나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세 배 이상 늘리기 위한 기후 금융 조달 방안이다. 예상 투자 규모는 약 4조5000억달러(약 5810조원)로, 주로 G20 국가들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금리인상을 통한 통화 긴축 정책이 이어지면서 기후 금융 조달에도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비영리 연구기관 에너지, 환경 및 수자원 위원회(CEEW) 연구원 바이브하브 차투르베디(Vaibhav Chaturvedi)는 “기후 금융은 COP28의 핵심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며 “누가 돈을 낼 것이냐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운용 주체인 세계은행의 노력도 무의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OP28을 앞두고 글로벌 에너지기구들의 복잡한 셈법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0월 화석연료 퇴출 캠페인에 동참하는 131개 기업들은 화석연료 보조금 중단과 글로벌 탄소 가격 합의 등 에너지 전환을 위한 보다 야심찬 정책 추진을 주문했다. 기업연합의 연간 총 매출액은 9870억달러(약 1273조원)에 이른다. 

이들은 성명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비용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기후 전환 실행 계획 개발과 탄소중립 솔루션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화석연료의 사용과 생산은 단계적 축소, 재생에너지는 빠르게 확대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로이터는 이들 기업연합은 COP28에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며, 화석연료에 대한 각국 정부의 극명한 의견 차이, 전쟁, 세계경제의 약세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AXA 투자운용(AXA Investment Managers)의 ESG 리서치 책임자 버지니 데루(Virginie Derue) 또한 “COP28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제한적”이라며 그 원인으로 기후 행동 우선순위에 대한 국제적 합의 부족과 다극화 추세로 인한 국제적 협력 둔화를 지적했다.

COP28은 11일 30일(현지시각)부터 12월 12일(현지시각)까지 두바이에서 개최되며 약 7만명 이상이 참석해 기후변화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IMPACT ON(임팩트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