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을 비판하고 나섰다.

12일(현지시각) IEA 사무총장 파티 비롤이 석유, 가스,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가 2030년 이전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14일(현지시각) OPEC은 성명을 통해, “화석연료의 종말이 시작됐다는 주장은 매우 위험하고 비현실적”, “이러한 이야기는 세계 에너지 시스템을 극도로 실패하게 만들 뿐”이라고 밝혔다.

OPEC이 IEA의 화석연료 수요 전망을 비판했다. / 픽사베이
OPEC이 IEA의 화석연료 수요 전망을 비판했다. / 픽사베이

국제에너지기구, “10년 내 화석연료 성장 끝날 것”

IEA가 2030년 이전에 화석연료 수요가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IEA 사무총장 파티 비롤은 파이낸셜 타임즈에 기고한 칼럼에서 “끝이 없어 보이는 화석연료 성장의 시대가 10년 안에 끝날 것이며, 이는 전 세계 에너지 부문과 기후위기 대응 노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파티 비롤의 이러한 전망은 다음 달 공개될 2023 세계 에너지 전망(World Energy Outlook) 보고서에 기반한 것이다. 

파티 비롤은 기고문에서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인 중국에서도 경기 둔화 및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으로 석탄 사용량이 감소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생에너지가 가스 수요를 추월, 히트펌프 도입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2030년 이전 석유 수요가 정점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측을 뒷받침한다고도 덧붙였다. 

비롤 사무총장은 석유 수요는 등락을 반복하며 하락할 것이며, 공급업체들이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보안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OPEC, “매우 위험한 전망… 세계경제에 끔찍한 결과 초래할 것”

기후 리더십 자처하는 주요국들, 화석연료 투자 여전히 현재진행형   

OPEC은 IEA의 화석연료 수요 전망이 타당하지 않다며 즉각 반발했다. OPEC은 14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IEA의 이번 전망은 잠재적으로 전례 없는 규모의 에너지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는 세계경제와 수십억 인구에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IEA의 전망은 종종 신규 석유 투자 및 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중단 요구를 내포하고 있다며, 이는 에너지산업에 대한 투자 저해 행위라고도 지적했다.

OPEC은 IEA의 전망이 화석에너지업계의 배출량 감축 기술 발전 현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며, 30년 전과 같이 여전히 전 세계 1차 에너지원 중 80%는 화석연료라고 밝혔다. 

실제로 주요국들의 화석연료 투자는 현재 진행형이다. 에너지전환 환경단체 오일 체인지 인터네셔널(Oil Change International)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개국이 2050년까지 예정된 전 세계 화석연료 개발 프로젝트 중 90%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국가 수는 UN 회원국 기준 193개국이며, UN 미가맹국 바티칸과 팔레스타인까지 합하면 195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예정된 석유 및 가스 생산 프로젝트의 3분의 1 이상이 미국의 것이며, 캐나다, 러시아, 이란, 중국이 그 뒤를 이었다. 오는 11월 개최될 COP28(제28차 UN 기후변화 회의)의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는 7위에 올랐다.

보고서는 기후 리더십을 자처하는 미국, 캐나다, 호주, 노르웨이, 영국 등 부유국들이 기후변화를 초래한 책임이 있으면서도 새로운 시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개국이 2050년까지 예정된 석유 시추 프로젝트의 90%를 계획하고 있다. / 오일체인지인터네셔널 보고서
20개국이 2050년까지 예정된 석유 시추 프로젝트의 90%를 계획하고 있다. / 오일체인지인터네셔널 보고서

캐나다 환경국방부 부국장 줄리아 레빈은 보고서에 대해 “캐나다 전역에서 기후 재해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캐나다 정부는 석유와 가스 생산을 확대함으로써 불에 기름을 붓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또한 석유 및 가스 부문 배출량 제한을 위한 새로운 규칙 도입을 질질 끌고 있다”고 논평했다.

 

1.5도 목표 달성 위해서는 연간 2조7000억달러 필요…

10년 내 화석연료 수요 꺾여도 1.5도 달성 쉽지 않아

기후 목표 달성에 대한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의 전망도 썩 좋지 않다. 14일(현지시각) 공개된 컨설팅기업 우드 맥킨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파리 협정에 따라 2050년까지 1.5도 목표를 달성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이 2030년까지 배출량 감축 목표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에너지 부문에 연간 1조9000억달러(약 2529조원)를 투자해야 하며,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150% 더 높은 연간 2조7000억달러(약 3593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이 중 4분의 3은 전력 등 에너지전환 관련 투자다.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수소 생산 및 물류 이동을 지원, 전 세계 주요 전력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드 맥킨지의 회장 겸 수석 애널리스트 사이먼 플라워스는 “1.5도 목표는 매우 어려운 미션이지만 가능하다”, “달성 여부는 이번 10년 동안의 조치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IEA 사무총장 파티 비롤은 “화석연료 수요의 최고점이 예상보다 더 빨리 왔음에도 불구하고 1.5 목표 달성에는 충분하지 않다”며,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정부의 훨씬 강력하고 신속한 정책 추진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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