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이상 기후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사회가 기후 복원력을 갖출 수 있도록 약 30억달러(약 4조원)를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후 복원력이란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교란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생태적 능력을 의미한다. IPCC는 6차 보고서에서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기후 적응 정책의 마련과 실행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기후 위기 이제 현실… 미국 전역 이상 기후로 몸살
지난 8월 하와이에는 기록적인 산불이 발생했다. 실종자 최소 200여 명, 사망자는 115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전문가들은 화재의 원인으로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과 강풍을 지목했다. 심각한 가뭄 상황에서 허리케인이 발생, 강풍으로 인해 불길이 순식간에 확산됐다는 것이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기자 회견에서 “기후 변화가 이곳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미국 지역사회의 기후 변화 피해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주요 보험사들은 허리케인 피해가 큰 캘리포니아주에서 철수, 주택 손해 보험의 신규 가입을 받지 않고 있다.
보험 중개업체 허브 프라이빗 클라이언트(HUB Private Client)의 로브 랜햄은 주택 보험 가입이 어려운 지역으로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텍사스, 콜로라도, 루이지애나, 뉴욕 등을 꼽았다.
재보험 중개업체 갤러거 리(Gallagher Re)의 스티브 보웬 최고 책임자는 “기후 변화에 따른 기상 이변은 미국 전역에 걸친 문제”라며 “인프라 강화를 위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더 많은 보험사가 시장에서 철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 정부, 기후 복원력 구축에 70억달러(약 9조원) 투입
이러한 상황에서 백악관은 28일(현지 시각) 기후 복원력 구축 프로젝트에 30억달러(약 4조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CNN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기록적인 재난으로 FEMA의 구호 기금은 고갈 위기다. 아직 허리케인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이다.
따라서 새로운 기후 복원 프로젝트 기금은 기존 FEMA 재난 구호 기금과는 별도로 책정될 예정이다. FEMA 행정관 디앤 크리스웰은 “미국 의회가 추가적인 예산을 통과시키지 않는 한, 기존 재난 구호 기금은 9월 중순쯤 고갈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의 초당적 인프라법은 해수면 상승, 보다 강력한 폭풍 등 이상 기후에 지역사회가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 기금 발표로 초당적 인프라법은 지역사회의 기후 복원 시스템 구축에 거의 70억달러(약 9조원)를 지원하게 된다.
FEMA는 새로운 기금을 ‘회복력 있는 인프라 구축 프로그램(BRIC, Building Resilient Infrastructure and Communities program)’에 투입할 예정이다. BRIC 프로그램은 미국 전역 115개 지역에서 124개 프로젝트를 선정, 지역사회 기후 복원력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추진한다.
여기에는 전력망 강화, 석유 및 가스 수송을 위한 파이프라인 업그레이드, 신규 하수관 통로 설치, 빗물 배수 시설 정비 등 기타 인프라 개선 등이 포함돼 있다. 프로젝트 중 약 절반은 나무 심기 등 자연 기반 솔루션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46개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기후 복원력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도 이루어진다.
기금이 투입될 상세 프로젝트로는 루이지애나주 제퍼슨 페리시 지역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는 전봇대 및 전선 설치, 디트로이트 제퍼슨 찰머스 지역의 홍수 대비를 위한 신규 하수관로 설치, 네바다주의 저수지 댐 보수 공사 등이 있다.
이번 조치는 바이든 정부가 표방하는 저스티스40(Justice40) 이니셔티브와도 궤를 같이한다. 저스티스40이란 기후 투자 혜택의 최소 40%는 취약계층에게 제공하겠다는 범정부적인 지침이다.
크리스웰 FEMA 행정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기후 복원을 위한 1달러로 대응과 복구에 쓰일 6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며 기후 재난에 대비하는 것이 재난 발생 후 피해를 복구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크리스웰은 “일반적으로 FEMA는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로 허리케인 시즌을 꼽아왔지만, 지금은 연중 내내 재난이 발생하고 있다”며 “전국 지역사회는 기후 재난에 자체적인 대비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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