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정부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1000억싱가포르달러(약 96조원) 투입을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공공자금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민간 투자의 필요성을 지적했다고 CNBC가 지난 6월 2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싱가포르, 배수로 확장 등 기후 적응 인프라 구축 추진
싱가포르는 지대가 낮고 인구 밀도가 높은 열대 섬나라로, 해수면 및 기온 상승, 강우 강도 증가 등 기후 변화에 취약한 도시국가다. 지난 2019년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금세기말까지 약 1000억싱가포르달러(약 96조1990억원) 규모의 공공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싱가포르 국립 수자원공사(PUB) 자료에 따르면, 싱가포르 해수면은 2100년까지 1미터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폭풍, 해일, 지반 침하 등 기타 원인으로 현재보다 최대 5미터까지 상승할 수 있다. 싱가포르 환경부 장관 그레이스 푸는 이러한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의 3분의 1이 침수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기후 변화 대응 방식은 완화와 적응, 크게 두 가지다. 기후 완화 방식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등 탄소 감축을 통해 기후 변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기후 적응 방식은 실제 변화하는 기후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대처하는 것을 의미한다.
싱가포르가 공공자금 투입을 선언한 것은 후자 방식으로, 기후 적응을 위한 인프라 구축 분야다. 기후 변화에 대한 회복 탄력성을 높여 싱가포르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싱가포르는 해수면 상승에 따른 피해 및 폭우로 인한 홍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배수로 너비 및 길이 확장, 저류조 설치, 홍수 대비용 지대 및 제방 높이 확대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자금으로는 부족… 민간 자본 필요
세금 혜택, 혼합금융 등으로 민간 투자 매력 높여야
전문가들은 싱가포르 경제 및 국가 인프라 전반에서 기온 상승에 대비하려면 공공자금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경고했다. 은행, 보험사 등의 민간 자본과 민관 파트너십을 통한 혼합금융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싱가포르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기후 적응 분야는 기후 완화 프로젝트에 비해 투자 규모가 미비하다. 환경 컨설팅 회사 카본 트러스트의 동남아시아 책임자 신잉 톡은 “기후 적응 및 복원력 프로젝트가 실제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녹색금융센터(SGFC)는 지난 2월 발행한 보고서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감은 널리 퍼져 있지만, 기후 적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부족하다”며 “정부가 기후 적응 사업의 필요성을 전파하고 민간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안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기후 적응에 민간 금융 참여 촉진 방법 3가지
기후 적응 프로젝트에 민간 금융 참여를 촉진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재난채권(Catastrophe Bond)이다. 재난채권은 손해 보험 회사가 대규모 자연재해의 피해 보상으로 입을 수 있는 손실을 피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의미한다. 재해의 기준을 정하고 기한 내에 기준에 달하는 재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투자자는 원금과 함께 높은 금리의 이자를 받는다. 재해 규모에 따라서는 원금을 잃을 수도 있다.
싱가포르의 금융규제당국은 보험연계증권 보조금 제도를 통해 이 부문을 지원해왔으며, 2022년말 기준 23개의 재난채권이 발행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은 2025년말까지 연장됐다고 CNBC는 보도했다.
둘째, 녹색채권(Green Bonds)이다. 녹색채권은 친환경 프로젝트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되는 채권으로, 주로 공공에서 재생에너지, 녹색 물류 등 기후 완화 프로젝트를 위해 운용된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의 지속가능 녹색금융연구소 에미르한 일한 연구원은 “녹색채권이 민간 투자자에게 위험 대비 수익에서 매력적이지 않다면, 정부는 보조금이나 세금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셋째, 혼합금융(Blended Financing)이다. 혼합금융이란 공적자금과 민간 금융이 결합된 금융으로, 수익성이 충분하지 않은 개발사업에 공적자금이 투입됨으로써 민간 금융 조달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세계자원연구소(WRI)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공공기관과 개발금융기관의 보증, 공동 자금 조달 등이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보고서는 기후 회복력과 복원력에 투자하는 최초의 사모펀드 라이트 스미스가 공공금융기관의 기부금을 활용해 후속 투자자의 리스크를 낮추는 방식으로 기부금 1달러당 약 3.3달러의 상업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한 연구원은 “기후 적응 프로젝트에는 탄력적 수자원 관리 시스템 구축, 해수면 상승 대비용 방파제 건설 등이 포함된다”며 “어떤 정부도 이러한 프로젝트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할 수는 없기 때문에 민간 금융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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