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COP28에서 미국이 기후 재난의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금의 활용처를 제한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주장을 할 것이라고 지난 23일(현지 시각) 로이터가 보도했다.
손실과 피해 기금 마련안은 기후재난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을 위한 것으로, 작년 COP27에서 합의된 바 있다.
상위 20개 경제 대국, 전 세계 탄소배출량 80% 차지…
손실과 피해 기금 합의안, 지난 COP27에서 극적으로 통과
2022년 9월, 파키스탄에는 영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재난의 원인으로 기후 변화를 지적, 작년 COP27에서 100개 이상의 개발도상국과 연대해 선진국들을 대상으로 기후 재난 극복을 위한 자금 조달을 촉구했다.
선진국들이 2009년 COP15에서 합의한 연간 1000억달러 규모의 기후재원(Climate Finance) 조달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며, 기후 재난 극복을 위한 별도의 기금 마련을 주장한 것이다.
폐회 이후 36시간 만에 나온 손실과 피해 기금 합의안은 30년이 넘는 논쟁 끝에 나온 ‘역사적 합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유럽이 선진국의 법적 책임 관련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최종안을 승인한 것이다. 구체적인 기금의 운용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국가와 환경단체들은 선진국이 기금 마련에 대한 법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Global Carbon Project) 자료에 의하면, 인간이 생산하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이 미국에서 발생한다. 지구 온난화를 야기하는 탄소의 80% 이상은 세계 상위 20개 경제 대국이 배출하고 있다. 반면 홍수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의 배출량은 전 세계 누적 배출량에서 4% 미만이다.
미국, 기금의 중복 지급 막고 효율적이고 전문적으로 사용해야
지원 우선순위 선별은… “어려운 과제”
손실과 피해 기금에 대한 미국 측 입장은 기금의 효율성이다. 미국 국무부 기후특사 수 비니아즈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기금은 중복 지급을 방지하고 더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방식으로 쓰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7월 열린 손실과 피해 기금의 임시 위원회 회의에서 해수면 상승, 사막화 등을 방지하는데 기금이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점진적으로 발생하는 기후 재난 대응을 위한 자금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측은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개발은행의 보조금과 새로운 기금 활용처가 중복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비니아즈 미국 기후특사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세금, 기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기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유럽, 중국과 같은 거대 경제도 자금 조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니아즈는 최근 중국과의 양자 회담에서 이와 같은 제안이 나왔다고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바베이도스의 재정특사 비나쉬 페르소드는 “부유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하는 글로벌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과학저널 네이처는 손실과 피해 기금 활용을 위해서는 과학적인 피해 보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케냐 기후기상부 소속 기후과학자 조이스 키무타이는 “손실과 피해 기금 지원 요청을 할 때마다 과학적 증거를 요구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기후변화 연구단체인 세계기상귀인(World Weather Attribution)은 2022년 11월 사하라 지역의 식량위기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지만, “아프리카 지역의 기후 관측 자료가 없어 기후위기 영향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고 보고했다.
기후 자문 그룹 E3G의 수석 정책 고문 딜레이미 오르조코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지원 대상과 비대상 국가를 일률적으로 구분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손실과 피해 기금 운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오는 11월 30일 COP28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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