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피해자들 지원에 돌파구 마련, 석유 및 가스와의 대결은 피해
이집트의 샤름 엘 셰이크(Sharm el-Sheikh)에서 열린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은 기후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에 돌파구를 마련했지만, 석유 및 가스와의 대결은 피했다고 유랙티브(Euractive), 가디언, 등 복수의 외신이 20일(현지시각) 전했다.
유랙티브는 COP27에서 그다지 큰 성과는 없었다고 밝혔다. 가장 큰 성과는 기후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이다. 개발도상국들은 손실 및 피해에 대한 기금 설립이라는 성과를 얻었지만, 이 기금에 누가 출연하고 누가 이익을 얻는지는 다음 회의인 COP28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또, 지난해해 열린 COP26 정상회담에서 목표한 석탄발전뿐만 아니라 모든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자는 제안은 물거품이 됐다.
COP27에서 논의된 중요한 문제를 각 분야별로 살펴본다.
1. 화석연료
지난해 COP26에서 참가 국가들이 석탄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동의하면서 처음으로 석탄을 문제로 지목했다. 올해 회의에서는 석탄에 의존하는 인도가 다른 화석연료로 바꾸려고도 했다. 하지만 COP27 개최국인 이집트는 초안에 화석연료 단계적 폐기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집트는 화석연료를 홍보하고 방관하여 거래를 성사시켰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포함한 국가들은 석유가 기후변화를 유발하지 않는다고 은밀하게 주장했다.
2. 손실 및 피해 보상
작은 섬나라와 가난한 나라들은 30년 전부터 기후변화가 자국에 가하는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올해 COP27에서 ‘손실 및 피해’ 보상에 대한 재정을 확보했다. 개발도상국들은 손실 및 피해 기금을 통해 보상을 받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기금 재정을 누가 출연하는지 등에 대한 합의사항은 아직 없다.
과도기적인 위원회를 구성하여 어떤 자금이 필요하고, 그 자금이 어디에서 나와야 하는지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회는 기부하는 국가를 중국이나 카타르와 같은 국가로 확대할 것인지, COP28에 보고할 것인지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유엔 기후 변화는 COP28 이전에 이 문제에 대한 두 개의 워크숍을 개최하고 보고하는 임무를 맡았다. 참가 국가들은 손실 및 피해를 방지하고 최소화하며 해결하는 데 기술적인 도움을 제공할 산티아고(Santiago) 네트워크 조직을 설립하는 방법에 합의했다.
3. 완화 작업 프로그램
COP26에서 참가 국가들은 2030년 배출량이 2010년보다 14%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지구온난화를 1.5C로 제한하려면 배출량을 45% 감소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0년 동안 완화와 실행을 긴급하게 확대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COP27에서는 참가 국가들이 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구성할 지 논의했다. 선진국과 취약국들은 회담이 길고 강하며 구체적이길 원했지만, 신흥 경제국들은 짧고 약하며 포괄적이길 원했다. 결국, 이에 대해 2026년까지 논의하기로 했다.
4. IMF 특별인출권(SDR) 활용
지난 1년 동안 수조 달러를 친환경 및 기후 복원 투자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진지한 대화가 관심을 끌었다. 이는 바베이도스(Barbados) 최초의 여성 수상인 미아 모틀리(Mia Mottley)가 COP26에서 시작했다. 그녀는 COP26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특별인출권(SDR)을 활용해 6500억달러(약 879조원)의 준비금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SDR은 필요한 국가에 담보 없이 즉시 돈을 빌려주는 권한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매년 재생에너지에 4조달러(약 5421조원)를 투자해야 2050년까지 넷제로에 도달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개발도상국만 해도 2030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약 5조6000억달러(약 7589조원)가 필요하다.
COP27에서 각국은 이러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금융 시스템과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국가들은 다자간 개발 은행(MDB)과 국제 금융기관들에 기후 금융의 이용을 확장하고 단순화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탄소 감축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IMF 구제를 사용하자는 모틀리의 제안은 합의문에 나와 있지 않다. 이 논의는 IMF와 세계은행의 봄 회의에서 계속될 전망이다.
5. 탄소 거래 규칙
참가 국가들은 COP26에서 탄소배출권 거래를 허용하는 규칙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COP27에서 협상가들은 기업이 정부로부터 크레딧을 구매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을 포함하여, 탄소 시장이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에 대한 더 자세한 프레임워크를 설명했다. 합의문에는 크레딧을 구매하는 사람과 어떤 목적으로 구매하느냐에 따라 다른 규칙을 적용하여, 2단계(two tier)의 탄소 시장을 만든다는 내용이 담겼다. 새로운 2단계 탄소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은 ‘완화기여금’이라고 불린다.
구매자가 자신의 배출물을 상쇄하기 위해 이러한 크레딧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막을 방법은 없다. 환경단체 등 운동가들은 이것이 넷제로 공약에 대한 이중 청구(double claiming)와 그린워싱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6. 공정한 에너지 전환
COP27에서 참가 국가들은 재생에너지의 사용을 가속화하는 것을 포함하여, 에너지 시스템을 신속하게 전환할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 했다. COP27이 시작되기 이틀 전, 남아공은 석탄에서 청정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840억달러(약 113조원) 투자 계획의 세부 사항을 발표했다. 또,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과 별도로, 부유한 국가들은 인도네시아와 유사한 200억달러(약 27조원) 규모의 거래를 발표했다. 이 기금에는 공공 및 민간 재정 기부금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COP27에서 각국은 공정한 에너지 전환을 국가 개발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며, 전환의 영향을 받는 석탄 노동자에 대한 재교육 프로그램 및 지원 등 사회적 보호와 연대 조치를 포함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COP27은 이 과정의 일부로, 공정 전환에 대한 워킹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연례 장관 원탁회의를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7. 적응(Adaptation)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최전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하지만, 적응이 어느 정도 진전됐는지 측정하는 건 어렵다. 그래서 적응에 대한 글로벌 목표를 정의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COP27 참가 국가들은 기후 목표의 달성을 안내하고 진행 상황을 추적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이것은 국가의 취약성과 대처 능력을 고려하고, 물, 식량, 농업 및 빈곤, 과학기반 지표 등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를 고려할 것이다.
8. 기후 금융
부자 나라들이 개발도상국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기후 영향에 대처하는 것을 돕기 위해, 2020년까지 제공하기로 약속한 1000억달러(약 135조원)를 전달하는 것이 지연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2025년의 새로운 기후 금융 목표에 대한 논의가 서서히 시작됐다. COP27의 합의문에는 새로운 금융 목표가 ‘개발도상국의 필요와 우선순위를 고려할 것’이라고 되어 있다. 이것은 단지 양에 관한 것이 아니라 질에 관한 것이다. 앞으로 여러 금융 회담에서 논의가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9. 아프리카의 특별한 제안
아프리카 국가들은 ‘아프리카 COP’가 국제 지원에 대해 우선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길 희망했다. 아프리카 COP에는 아프리카 33개국을 포함한 최빈 개도국(LDC)과 소규모 섬 개발도상국(SIDS)이 참여한다. 그러나 아프리카 협상 그룹(AGN)의 제안은 다시 한번 거부되었다.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들로 구성된 단체(AILAC)는 특별 수요 지위를 모든 아프리카 국가로 확대한다면, 자국들도 해줘야 한다고 반복해서 요구했다.
10. 저배출 에너지
COP27 합의문의 마지막에는 ‘저배출 에너지’를 증가시키기 위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 조항은 풍력과 태양광 농장에서 원자로, 탄소 포집과 저장이 장착된 석탄화력발전소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석탄보다 배출량이 적지만 여전히 주요 화석연료인 가스를 의미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COP27의 많은 국가들, 특히 개발할 수 있는 가스 매장량이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가스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COP27에 참가했다.
11. 미중 관계 해빙
미국과 중국은 COP27에서 기후에 대한 협력을 다시 시작했다. 존 케리 미국 기후 특사와 중국의 셰젠화(Xie Zhenhua)는 올해 초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단됐던 공식 협력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12. 메탄 모멘텀
COP26에서 시작된 메탄 공약에 더 많은 국가들이 서명했다. 현재 150개국이 10년 말까지 초강력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은 메탄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계획 초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공약에 동참하지는 않았다.
한편, 우슐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은 성명서에서 “COP27이 손실 및 피해 자금 조달에 대한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 사이의 연대를 위한 새로운 토대를 마련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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