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는 지난 17일 CFE포럼의 출범을 알리며, “국내 여건상 RE100보다는 무탄소 에너지 개념을 포함한 24/7 CFE를 중심으로 현실에 맞는 정책과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는 이처럼 재생에너지 수급이 어려운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RE100의 대안으로 원자력을 인정하는 24/7 CFE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24/7 CFE(24/7 Carbon Free Energy Compact)는 RE100의 대체재가 될 수 있는 것일까? 한국ESG연구소는 20일 ‘쉽게 활용하는 RE100 핸드북 심화보고서’를 발간했다. 심화보고서는, 산업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RE100과 24/7 CFE는 서로 대립하거나 대안이 되는 관계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RE100과 24/7 CFE, 대체제 아닌 보완재…화석연료 퇴출 방식의 차이
한국ESG연구소는 24/7 CFE를 RE100의 대안처럼 여기는 것은 두 이니셔티브의 설립배경과 목적에 대한 이해가 바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 중 탄소중립을 위한 수단으로써 더 현실적인 방식을 선택하는 문제라기보다는, 화석연료를 퇴출하는 방식에 있어서 강조하는 부분이 달라 참여자 및 일부 이행 수단에도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두 이니셔티브가 ‘대체재’라기 보다는 화석연료 퇴출을 목적으로 하는 ‘보완재’ 개념으로 이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두 이니셔티브는 화석연료를 퇴출하겠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외 목표, 참여대상, 발전원, 전력 조달 방식 등에서 차이점이 크다.
RE100은 규모가 큰 기업들을 중심으로 소비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도록 요구한다. 즉, RE100은 에너지를 생산하지 않고 소비하는 기업 중 전력 사용량이 많은 곳이 가입 대상이며, 자발적으로 추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확대하는 게 목표다.
RE100은 포춘지 1000대 기업 즉, 연간 전력 소비량이 100GWh 이상이 되는 대기업들이 가입 대상이다. 발전원으로는 태양광, 풍력, 지열, 지속가능한 수력, 지속가능한 바이오매스가 허용된다.
수력과 바이오매스는 지속가능성에 대해 제3자 인증을 받게 되어 있는데, 수력 발전소 건설 시 주변 환경이 훼손되거나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는 문제를 방지해야 하고, 바이오매스 발전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이 과다하게 배출되는 지 여부를 확인받아야 한다.
24/7 CFE 콤팩트는 365일 24시간 내내 모든 소비전력을 원자력을 포함한 무탄소 전력원을 통해 생산된 전력으로 대체하도록 요구한다. 이 이니셔티브는 정책 설계 및 전력 조달, 공급 등 전력 그리드를 혁신하여 ‘전력 시스템’을 탈탄소화하는 게 목표다.
24/7 CFE는 전력 수요와 공급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전력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적이므로 에너지 공급기업, 에너지 기술 및 IT 솔루션 제공 기업들이 주요한 회원사다. 발전원은 RE100과 동일하며 원자력이 포함된다. 수력과 바이오매스의 경우는 지속가능성에 관한 특별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전력 조달 방식은 실시간 조달 여부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RE100은 자가발전, 전력구매계약(PPA),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EACs) 구매, 녹색가격제를 통해 전력을 조달하게 된다. 24/7 CFE는 실시간 에너지 공급 및 소비량이 중요하므로 자가발전과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직접적인 전력 구매는 인정하지만, 시간 단위 발전원과 발전량이 기재되지 않은 재생에너지 구매 인증서를 사용할 수 없다. 대신 시간 단위 정보가 기재된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T-EACs)는 활용할 수 있다.
T-EAC(Time-based Energy Attribute Certificate)는 구글이 개발한 에너지 추적 및 인증 솔루션이다. 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무탄소 에너지로 생산한 에너지가 수요를 넘겨 잉여 전력량이 발생할 경우에는 저장해서 무탄소 전력이 부족한 시간에 소비하거나 잉여분만큼의 T-EAC를 발행해서 판매할 수 있다. 무탄소 전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해당 시간에 맞는 T-EAC를 구매할 수 있다.
T-EAC 사용은 실시간 에너지 측정이 전제돼야 하는데, 구글은 24/7 CFE 달성 정도를 측정하는 CFE지수(%)를 만들어서 매 시간 단위로 데이터센터가 어떤 발전원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고 있는지를 측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아이오와주에 위치한 구글의 데이터센터의 CFE지수를 보면 24시간 공급 받는 전력 중 97%를 무탄소 전원으로 확보하고 있고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무탄소 에너지 혹은 화석연료발전원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RE100과 24/7 CFE 현재 상황은?
RE100은 2014년 출범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아시아 소재 기업들의 가입은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현재는 아시아 지역 회원사 비중이 가장 크다.
한국ESG연구소 보고서에서 의하면 2023년 5월 현재, 전 세계 409개 기업이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해 있으며, 아시아 157개사(38%), 유럽131개사(32%), 아메리카 103개사(25%), 오세아니아 18개사(4.4%)로 구성되어 있다.
RE100은 2022년 기준 회원사 353개 기업 중 서비스업이 36%(120개사), 제조업 19%(67개사)로 두 개 산업군이 비중이 가장 높고, 그 외 식음료 및 농업, 소재, 소매, 인프라 산업이 각각 7~9%씩을 차지하고 있다.
24/7 CFE 서명기관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117개 기관으로 에너지관련 기술 솔루션 업체가 41%(48개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원자력 등 기반의 전력 공급사들이 20%(23개사)로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RE100과 24/7 CFE에 모두 가입한 기업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이언마운틴 등 3개 사로 이들 모두 RE100에 따른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달성한 IT기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RE100 인증여부…투명한 보고에 달려
‘쉽게 활용하는 RE100 핸드북 심화보고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사례를 통해 에너지 전환을 이루는 것만큼 투명한 정보 공시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RE100(Renewable Energy 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하면, 기업은 매년 RE100 이행 내역을 보고해야 한다. RE100 가입기업은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 CDP)가 제공하는 탄소정보 관련 질문지에 있는 에너지 관련 항목에 답을 적어 제출하면 RE100도 함께 검증받을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6년부터 RE100을 달성했다고 자체 보고하고 있다. 그런데, CDP가 발간한 2022 RE100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2021회계연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재생에너지 조달 비중의 검증 결과가 0%로 나왔다. 한국ESG연구소가 RE100에 원인을 문의한 결과, RE100은 투명하지 않은 보고로 인해 재생에너지 전력 소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와 사무실에서 소비되는 전력량을 대륙별로 합산하여 보고하고 있다. RE100은 국가별 전력 소비량을 공개하고, 개별 재생전력 조달수단의 상세 내역을 보고해야 검증 비율로 인정한다. RE100을 달성한 애플은 46개국에 있는 데이터센터와 사무실에서 발생한 전력 소비량을 국가별로 세분화하여 보고하고 있다. 한국ESG연구소는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높더라도, 전환 수준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보고 없이는 RE100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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