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0년 8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모든 기업에 대한 인적자본 공시를 의무화했다. 상장 기업은 인력의 유치, 개발, 유지 등 3가지 항목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이에 따라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 중 비교적 관심이 미흡했던 사회 영역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18일(현지 시각) CNBC는 월스트리트 등 투자업계가 사회 영역 데이터의 정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SG 투자 규모, 2026년 4경원 능가할 것…
가장 어려운 영역은 ‘S(사회)’
글로벌 투자업계에서 ESG는 이미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컨설팅업체 PwC는 전 세계 자산운용사의 ESG 관련 투자 규모가 연평균 12.9%씩 성장, 2021년 18조4000억달러(약 2경 3822조원)에서 2026년 33조9000억달러(약 4경3897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5년 내 전 세계 총 운용자산에서 ESG 투자 자산 비중이 21.5%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의미다. PwC의 ‘자산 및 자산 관리 혁명 2022 보고서(PwC’s Asset and Wealth Management Revolution 2022 report)’에 따르면, 자산운용업계는 역동적으로 지속해서 ESG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ESG의 ‘S(사회)’ 요소는 성과 측정 기준이 모호하고 정량화가 어렵다는 이유로 그동안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BNP파리바의 2021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기관투자자 350명 중 절반 이상이 ESG 요소 중 분석하기 가장 까다로운 요소로 ‘사회’ 영역을 꼽았다.
투자자들은 지난 몇 년간 인적 자본 및 다양성 측정을 위한 지표들이 개발됐음에도, 여전히 사회적 주제의 통합과 표준화가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개별 기업마다 성과 목표와 측정 기준이 다르니 기업 간 비교를 위한 통합 지표 개발도 어렵다는 것이다.
지속가능 투자포럼(Sustainable Investment Forum) 교육 및 홍보 부문 이사 마이클 영(Michael Young)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인적자본 공시 규칙(Human Capital Disclosure Rule)’ 강화가 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21일 SEC 투자자문위원회(Investor Advisory Committee)는 SEC 측에 권고문을 발송, 기업들이 노동비용, 정규직, 파트타임, 계약직 직원들에 대한 정보를 공시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사회 영역 가치 측정을 위한 미국 최초의 공시 기준이 될 수 있다.
투자업계, 사회 영역 정보 분석에 벌금, 소송, SNS까지 동원…
직원 만족도 지수 추종하는 ETF도 등장
한편 투자업계는 표준 지표가 없는 상황에서 사회 영역 성과 측정을 위해 다양한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파르나서스 인베스트먼트(Parnassus Investments) ESG 관리 책임자 마리안 매킨도(Marian Macindoe)는 투자 대상 기업을 선별하기 위해 벌금 부과내역, 소송 현황, SNS 여론 등 공개돼 있는 정보들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하버 캐피털(Harbor Capital)과 이레셔널 캐피털(Irrational Capital)은 직원 만족도 지수를 기준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투자상품으로는 하버 인적자본지수 미국 대형주(Harbor Human Capital Factor US Large Cap ETF(HAPI), 하버 기업 문화 소형주 ETF(Harbor Corporate Culture Small Cap ETF(HAPS)) 등이 있다. HAPI는 인적자본 지수 점수가 높은 대기업, HAPS는 직원 만족도가 높은 미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ETF란 주가지수 등 특정 지수를 추종하여 거래되는 상장펀드를 말한다.
HAPY, HAPI 등 행복(Happy)을 연상시키는 이 펀드는 이레셔널 캐피털이 수천 개 기업에 걸쳐 1500만 명 이상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데이터를 활용한다. 이 지표를 활용하면 직원 만족도와 경영 성과의 상관관계 분석이 가능하다.
CNBC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알파벳, 메타 등 대형 IT회사들은 하버 인적자본지수 미국 대형주 ETF 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매킨도 ESG 책임자는 “봉사활동이나 기부는 ESG가 뜻하는 ‘사회’가 아니다”, “ESG에서 ‘사회’란 비즈니스 전략 및 운영과 관계된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 영역에 대한 중요도 인식은 글로벌과 북미가 엇갈렸다.
9월 BNP파리바가 발표한 ‘ESG 글로벌 설문조사 2023(BNP Paribas ESG Global Survey 2023)’에 따르면, 전 세계 투자자들은 향후 2년 내 의결권 대리 행사나 투자 결정 시 근로자 문제에 대한 기업의 노력 여부를 우선순위로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여기에는 공정임금, 평등한 대우, 직장 내 다양성과 포용성 등이 포함된다.
반면 북미 투자자들은 향후 2년 안에 사회 영역 이슈가 우선순위에서 멀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BNP파리바는 이러한 결과의 이유로 ESG와 다양성 및 포용성 이슈가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매킨도 ESG 책임자는 다양한 이슈가 있지만, ESG에 대한 관심을 놓아서는 안 된다며 “기업이 인적자본을 관리하지 않으면, 장기적인 성과 창출이 어려울 것”, ”인적자본 지표는 해당 기업의 주변 환경과 미래 성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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