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V 투자자 중 절반 가량은 개인 투자자…ESG 중요성 커질까?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이 오는 2024년부터 iShares Core S&P500 ETF(IVV)에 투자한 미국 개인 투자자에게도 대리 투표 권리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지난 17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ETF 등 펀드 상품에서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은 투자자들 대신 자산운용사가 행사해 왔다.
이번 발표는 지난 2021년에 도입된 ‘블랙록 의결권 선택 프로그램(BlackRock Voting Choice program)’에 따른 것으로, 도입 당시에는 연기금·보험사·기업 등 주요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시행된 정책이다. 이후 블랙록은 지난해부터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대리 투표 권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리 투표 권리가 확대되면 개인 투자자들이 대리 투표를 통해 기업에 직접 ESG 관련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창구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일각에선 블랙록이 미국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안티 ESG’ 진영의 비판을 피해 가기 위한 수단으로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내년 반영될 의결권 위임과 참여...개인 투자자들의 선택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미국 대형주 ETF 상품인 IVV를 통해 운용되는 자금은 약 3050억 달러(약 386조원)에 달한다. IVV의 자금 약 3050억 달러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은 절반 수준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그렇다고 개인 투자자들이 직접 기업의 주주총회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개인 투자자들은 IVV를 운용하는 블랙록의 의결권 행사 방침을 결정하는 방식에 사전 투표를 하게 된다. 의결권 행사 방침으로는 ESG 요소·기독교적 가치 등 주요 정책에 대해 7개 선택지가 제공되며, 블랙록에 의결권 행사를 위임할 수도 있다.
블랙록 인베스트먼트 스튜어드십의 글로벌 책임자인 주드 압델 마제이드(Jud Abdel Majeid)는 성명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이 블랙록에 의결권을 위임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대리 투표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투자자들도 있는 만큼, 수탁 의무를 지킬 것”이라고 권리 확대의 배경을 설명했다.
자산운용 업계의 새로운 바람…대리 투표 선택지 확대
블랙록 이외에도 개인 투자자에게 대리 투표 선택지를 제공한 자산운용사들도 존재하는 만큼, 이는 이미 펀드 업계의 트렌드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최대 수탁은행인 스테이트스트리트(State Street)와 미국의 주요 자산운용사로 꼽히는 뱅가드(Vanguard)도 각각 대리 투표 권리 이양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스테이트스트리트는 지난 4월에 ETF·뮤추얼펀드 상품 57개에 대해 우선 개인 투자자들에게 대리 투표 선택지를 제공했고, 향후 운용자금의 약 82% 수준까지 순차적으로 도입해 나가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보유한 자산의 규모가 상당한 자산운용사들이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이 과도하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블랙록·스테이트스트리트·뱅가드 3개 자산운용사가 보유한 미국 기업의 주식은 전체의 약 20%에 달한다고 한국경제신문은 보도했다.
자산운용사들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은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나오는 형국이다. 미국 내 보수진영에선 자산운용사들이 재정 수익을 간과하고 지나치게 ESG 목표에 치중한다며 비판하는 한편, 진보진영에선 기후 관련 주주제안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러한 비판에 블랙록 측은 수탁 의무를 지닌 자산운용사에서 투자자들이 요구한 대리 투표에 대한 권리를 제공한 것이라며, 미래에는 모든 투자자가 주주총회 내 투표에 참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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