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 감축 목표 연장… “벌금 면제 아냐”
- 자동차업계 '숨통 트였다' vs 환경 단체 '전기차 전환 지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탄소 목표 감축을 위해 3년의 유예 기간을 부여하기로 밝혔다/언스플래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탄소 목표 감축을 위해 3년의 유예 기간을 부여하기로 밝혔다/언스플래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4일(현지시간)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 준수를 기존 2025년 단일 연도에서 2025~2027년 3년 평균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로이터는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집행위원장이 기존 규정을 완화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목표 달성 기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2035년 탄소 배출 제로라는) 목표 자체는 유지된다"며 "이번 조치는 업계에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U는 올해부터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탄소 배출 허용량을 대폭 줄여, 전체 판매량의 최소 5분의 1을 전기차(EV)로 채우지 않으면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집행위원회의 이번 제안은 회원국 및 유럽의회 승인을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탄소 감축 목표 연장… “벌금 면제 아냐”

기존 규정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2025년부터 전체 판매량의 최소 20%를 전기차로 채워야 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수십억 유로 규모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전기차 수요 둔화, 공장 폐쇄,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 등으로 인해 자동차 업계는 목표 준수를 위한 추가 시간을 강력히 요청해 왔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기존 규정이 유지될 경우 15억유로(약 2조3000억원)의 벌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경고했으며,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 협회(ACEA)도 지나치게 빠듯한 일정이 현실적이지 않다며 완화 조치를 촉구했다.

이러한 요구를 반영해 EU 집행위원회는 2025년에 단일 연도로 평가해 벌금을 부과하는 대신, 2025~2027년 동안의 평균 배출량을 기준으로 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즉, 매년 목표를 충족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3년간의 실적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부족분이 있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변경되는 것이다. 다만, 이는 벌금을 면제해 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전기차 판매를 늘릴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정된 조치다.

 

자동차업계 '숨통 트였다' vs 환경 단체 '전기차 전환 지연'

폭스바겐의 CEO 올리버 블루메(Oliver Blume)는 "EU 집행위원회의 실용적 접근(pragmatic approach)은 탄소 감축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수요 확대를 위한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르노 역시 이번 조치가 EU 자동차 업계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정책 변경이 기존에 목표를 맞추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기업들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볼보는 “수년 전부터 준비해온 기업들이 막판 정책 변경으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볼보는 이미 2025년 목표를 준수할 준비를 마친 상태이며, 이번 조치가 후발 주자들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환경 단체 반응도 부정적이다. 유럽 교통 연구 및 캠페인 단체인 '교통과 환경(Transport & Environment, T&E)'은 이번 조치를 “유럽 자동차 산업에 대한 전례 없는 선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T&E의 윌리엄 토츠(William Todts) 전무는 “전기차를 대중이 원하는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핵심인데, 목표 시기를 연기한다고 해서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EU 집행위원회는 5일(현지시각) 자동차 산업 행동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계획에는 유럽 내 배터리 제조업체 지원 방안, 자율주행 기술 연구 촉진을 위한 산업 연합 설립 등의 추가 조치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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