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만 해도 벤처캐피털(VC)들로부터 쉽게 자금을 조달하던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고군분투 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가 3일(현지 시각) 기후테크 기업들이 금리 상승, 자금 조달 경쟁, 연방 지원 지연 등으로 인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 아마존 등 대형 투자자로부터 수억 달러를 모금한 기후테크 기업들도 사업을 포기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부채 5000만 달러 이상 기업 중 올 들어 파산 신청을 한 재생에너지 기업은 4개다. 지난 2014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스타트업 단계에서 상업적 규모로의 성장을 위한 자금 조달의 실패
8월, 아마존의 기후 서약 펀드(Climate Pledge Fund)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배터리 스타트업 목시온 파워(Moxion Power)가 파산 신청을 했다. 프랑스의 대형 정유사 토탈에너지스가 소유한 미국의 상장 태양광 회사인 선파워(SunPower)도 마찬가지로 파산 신청을 했다. 에너지 기업뿐만이 아니다. 빌 게이츠의 벤처 펀드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배터리 회사 앰브리(Ambri)와 목재 펠릿 공급업체 엔비바(Enviva)도 파산 신청을 했다.
또한 8월에는 2022년에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 대체자산 운용사인 아레스 매니지먼트 등으로부터 1억2000만달러(약 1600억원)를 조달한 미국 태양광 에너지 및 배터리 공급업체 스웰 에너지(Swell Energy)가 영업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스웰 에너지는 이전에 아레스 매니지먼트와 협력해 2020년에 4억5000만달러(약 6030억원) 규모 프로젝트 자금을 조달한 바 있는 유망한 스타트업이었다. 스웰 에너지의 CEO 술레만 칸(Suleman Khan)은 "회사의 (기존) 태양광 및 배터리 시스템은 계속 운영될 것이며, 발전소 운영을 계속하기 위해 유틸리티와 배터리 제조업체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은행 모엘리스(Moelis)의 기후테크 책임자인 아라쉬 나자드(Arash Nazhad)는 기후기술 및 에너지 전환 부문이 스타트업 단계에서 상업적 규모로의 성장을 위한 자금 조달의 실패를 의미하는 '사라진 중간(missing middle)'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금 흐름이 긍정적으로 전환될 명확한 경로 없이 지출이 수익을 초과하는 기업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다.
기후테크의 부진, 재생 에너지 성장 목표에 차질 줄 수 있어
전기차 충전소를 만드는 프리와이어 테크놀로지스(FreeWire Technologies)의 CEO인 아카디 소시노브(Arcady Sosinov)는 "회사가 올해 초 매각되었으며 일부 부채를 재구조화했다"고 밝혔다. 프리와이어는 2022년 블랙록 등으로부터 1억2500만달러(약 1680억원)를 조달했다. 그러나 영국 기반의 투자 펀드인 리버스톤 에너지(Riverstone Energy)는 최근 프리와이어에 대한 지분을 0으로 평가했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몇 년간 프리와이어를 미국의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구축에 기여하는 기후테크 기업 중 하나로 홍보해왔다. 기후테크의 부진은 바이든 행정부의 재생 에너지 성장과 탄소 배출 감소 목표에 차질을 줄 수 있다.
기후테크 기업들에 대한 도전 과제 중 일부는 이제 자금 조달을 위해 경쟁하는 부문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룩스 캐피탈(Lux Capital)의 제너럴 파트너인 빌랄 주베리(Bilal Zuberi)는 "기후테크 기업들은 수익성을 향한 경로를 보여주는 매출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벤처 자본가들이 AI, 생명 과학, 방위 기술 등 다른 부문에 예상보다 더 많은 자금을 할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 기후테크 기업들은 계속해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실리콘 기반 배터리 개발업체 실라 나노테크놀로지스(Sila Nanotechnologies)는 6월 3억7500만달러(약 5000억원)를 조달했다. 탄소 배출을 제거하기 위한 필터와 탄소 포집 기계를 제조하는 스반테(Svante)는 8월 캐나다 성장 펀드로부터 1억달러(약 1340억원)를 조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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