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기업들의 기후 공시 수준이 글로벌 평균보다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 시각) 블룸버그는 싱가포르 상장 기업 중 43%만이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의 11개 권고 공개 항목 중 최소 5개와 관련된 정보를 공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데이터의 전 세계 평균인 58%보다 낮은 수치다.

TCFD 기후 관련 정보 공시 권고사항 / 자본시장연구원
TCFD 기후 관련 정보 공시 권고사항 / 자본시장연구원

싱가포르, 2022년 회계연도부터 모든 상장사 지속가능성 보고서 발행

2027년 회계연도부터는 대형 비상장사도 의무 공시  

싱가포르는 기후위기로 인해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저지대 섬나라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 경제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 하나가 기후 공시다.

싱가포르증권거래소(SGX)의 모든 상장 기업들은 2022년 회계연도부터 TCFD 권고안에 따라 작성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준수 또는 설명(CoE, Comply or Explain)’ 방식으로 공시하고 있다.

CoE 방식이란, 원칙 준수를 기본으로 하되, 준수하지 못하거나 예외가 발생한 경우 이에 대한 사유를 기술해 공개하는 방침을 말한다.

2023년 회계연도부터는 금융, 농업, 임업, 에너지산업, 2024년 회계연도부터는 원자재 및 건설, 운송 산업 상장사들이 TCFD 권고안에 완전히 부합하는 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한편 지난 7월 싱가포르 규제당국은 기후 공시 지침을 강화했다. 규제당국은 2025년 회계연도부터 모든 상장사의 전면 의무 공시를 시행하고, 2027년 회계연도부터는 대형 비상장사에도 이를 적용하는 방안을 발표한 후 업계 내 의견수렴을 시작한 바 있다.

 

싱가포르 기후보고 수준, TCFD 평균보다 낮아...

중소기업의 기후 리스크 관리 역량 제고 필요

이러한 현행 제도에 불구하고 싱가포르 기업들의 기후공시 수준은 글로벌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현지 시각) ‘지속가능성 보고서 리뷰 2023(Sustainability Reporting Review 2023)’ 행사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싱가포르 상장사 25%는 아직 새로 시행된 기후정보 공개 표준을 준수하지 않고 있으며, 표준을 준수하는 기업들이 제공하는 정보의 수준도 글로벌 동종업계 평균보다 낮다.

지속가능성 보고 리뷰 2023 행사에서 행 스웨키트 싱가포르 부총리 겸 경제정책조정장관이 연설하고 있다. / 싱가포르 총리실 홈페이지
지속가능성 보고 리뷰 2023 행사에서 행 스웨키트 싱가포르 부총리 겸 경제정책조정장관이 연설하고 있다. / 싱가포르 총리실 홈페이지

싱가포르증권거래소와 싱가포르 국립 경영대학원 NUS의 지배구조 및 지속가능성 센터(Governance and Sustainability)는 2년마다 지속가능성 보고서 리뷰 행사를 개최하여 상장사들의 지속가능성 보고서 수준을 평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535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기후 공시를 도입한 이후 처음이다.

올해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행한 상장사들은 100점 만점에 평균 75점을 획득했고 지난 2021년에 72점, 2019년 61점과 비교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반적인 공시 수준이 계속 오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TCFD의 11개 권고 사항 중 최소 다섯 가지에 부합하는 정보를 공개한 기업은 43%에 불과했다. 이는 TCFD 글로벌 평균인 58%보다 낮은 수치다.

싱가포르는 국제 금융허브로서 기후 관련 글로벌 표준을 이행하고 친환경 금융 촉진을 위해 지난해부터 기후 공시의 단계적 도입을 시작했다. 싱가포르증권거래소 상장사 중 85%는 중소기업이다.

이번 연구는 2023년 회계연도부터 금융, 농업, 에너지 등 특정 부문에 대한 기후보고가 의무화되고 2024년부터는 운송 및 자재 분야로 의무 보고 규정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업들의 현재 보고 역량을 가늠해 보는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탄소배출량이나 물 또는 에너지 사용량과 관련된 목표를 설정했으며, 거의 90%의 기업이 스코프1, 2 또는 3중 하나 이상의 데이터를 공개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다양한 기후조건에 대한 시나리오 분석, 장기적인 기후 리스크 식별, 리스크 관리에 기후변화를 통합하는 것 등에 대해서는 역량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배구조 및 지속가능성 센터 로렌스 로(Lawrence Loh) 이사는 “기후 공시는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기후 리스크 관리를 위한 자원과 인식은 아직 부족한 편”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 행 스위킷(Heng Swee Keat) 부총리는 “공시 대상 상장기업의 99.6%가 평가 시기에 맞춰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2023년 회계연도부터 정부 또한 지속가능성을 위한 공공 부문의 노력, 진행 상황, 계획을 정리한 연간 보고서를 발간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싱가포르 기업들의 보고 수준이 개선되고 있으나, 규제당국이 중소기업의 보고 역량을 제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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