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는 21일(현지 시각) EU의 넷제로 산업법(NZIA)에 원자력을 비롯한 17개 기술을 포함시키기로 투표했다. 의회는 찬성 376표, 반대 139표, 기권 116표로 해당 법안을 채택했으며, 법제화 여부는 연내에 확정될 예정이다.
해외 미디어 유랙티브에 따르면, 유럽의회 최대 교섭 단체인 유럽국민당그룹(EPP) 소속의 크리스티안 엘러 의원은 “이는 기후와 유럽 경제에 좋은 소식이며, IRA에 대한 명백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넷제로 산업법은 지난 3월 유럽 집행위원회가 제안했으며, 12월 초에 법안 발효를 위한 의회, 집행위, 이사회 간 첫 번째 3자 간 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넷제로 산업법, 지원 대상으로 17개 기술 목록 제시...
4월 본회의 전 타결돼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고 유럽에서 저탄소 기술 제조를 촉진하기 위한 넷제로 산업법(NZIA) 초안을 지난 3월 16일에 상정했다. 넷제로 산업법의 목표는 EU가 2030년까지 기후 및 에너지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기술의 최소 40%를 유럽 내에서 생산하는 것이다.
원전 기술은 집행위 초안의 지원 대상 목록에서 제외됐었다. 집행위 안은 녹색 산업에 필요한 장비의 유럽 내 제조 목표의 40%와 패스트트랙 허가 절차를 적용받는 전략적 기술만을 넷제로 산업법에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제안에는 원자력이 포함되지 않는다.
의회가 제시한 17개 기술에는 ①재생 에너지(풍력 및 태양열) ②원자력(핵분열, 핵융합, 연료 주기) ③에너지 저장 ④이산화탄소, 메탄 및 아산화질소의 포집, 운송, 주입, 저장 및 사용 ⑤수소(운송, 전해조, 연료전지, 추진 및 생산, 급유 인프라) ⑥대체 연료 ⑦바이오 메탄 ⑧전기차 충전 ⑨히트 펌프 ⑩에너지 효율 ⑪열에너지 분배 ⑫그리드 ⑬열핵융합 ⑭에너지 및 탄소 집약 산업을 위한 전기화 ⑮고효율 산업 공정 ⑯생체 재료 생산 ⑰재활용이 포함된다.
의회가 대상 목록을 이처럼 넓게 열어놓은 이유는 EU 회원국별로 다른 지리적ㆍ경제적 상황에 적합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입장이다.
프랑스의 크리스토프 그루들러 의원은 투표 전 연설에서 “네덜란드는 해상 풍력, 오스트리아는 수력 발전에 기대하고 있는 반면, 프랑스는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에도 투자하고 있다”며 “(저탄소 기술에 대한) 선택은 지리적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의회 내 중도파인 유럽개혁그룹(Renew Europe, Renew) 소속이다.
그루들러 의원은 법안이 빠르게 채택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루들러는 “유럽의회, 이사회, 집행위원회 간의 첫 번째 협상이 12월로 예정되어 있지만, 늦어도 1월까지는 협상이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24년 6월에 유럽의회 선거가 있다. 4월 본회의 전에 3자 투표가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9월부터 10월경은 돼야 다시 투표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적 요인이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3자 협의에서, 지원 대상 기술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루들러 의원은 “이사회가 기술 목록을 줄인 안을 내놓을 수 있다”며 “일부 기술은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독vs프 원자력 논쟁 다시 불붙을 수 있어
의회가 원자력 발전 기술을 대상 목록에 포함하면서,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대륙을 양분했던 원자력 발전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스칼 칸핀(Pascal Canfin) 유럽의회 환경위원회 의장은 EU 이사회에서 회원국들과의 협상 중에 목록을 줄이기 위해 열띤 토론이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선택할 수 있는) 기술이 많을수록 투표에서 과반의 동의를 얻을 수 있으므로 NZIA 범위를 크게 확대했다. 3자 협의에서 범위가 좁혀질 것으로 예견된다”라고 덧붙였다.
칸핀 의장은 "원자력 논쟁은 이런 맥락에서 필연적으로 다시 제기될 것”이라며 “지난 5월 재생에너지법에서 타결 때처럼 다시 한번 프랑스와 독일을 주축으로 한 뜨거운 설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종 결과를 예단하지는 않겠지만, 재생에너지법과 전력시장 개편 논의 때 이미 겪었던 다툼을 반복하지 않을 만큼 현명해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의회가 원자력 발전 기술을 넷제로 산업법에 포함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환경단체들은 원자력과 탄소 포집 및 저장 같은 불확실한 기술을 제외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계자연기금(WWF) EU 정책실의 카밀 마우리는 “의회가 실현 가능성이 없는 목록을 공개했다. 이는 유럽의 산업을 탈탄소화하는 데 필요한 핵심 저탄소 기술에 쓰여야 할 국민 세금이 다른 곳에 사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 EU의원들, 탄소중립산업법(NZIA)에 원전 재도입
- EU 재생에너지법 타결, 2030년까지 42.5% 달성 및 분야별 세부목표 정해
- EU 집행위 '넷제로 산업법'… ‘유럽산 강제하는 대신 중국산 의존 줄인다’
- EU 차기 기후 책임자 선정…COP28서 강력한 기후 제안 시사
- 유럽 대기업 그룹, EU에 2040년까지 90% 탄소 감축 목표를 요구
- IRA 서명 후 1년, 기후 산업 성장했지만…미국 내에선 반대 여론 높아
- 원자력 수요 증가… 브룩필드, 미국 원자력기업 웨스팅하우스 10조원에 인수
- 프랑스 중심 ‘친원전 국가’, EU에 "원자력에 대한 차별 해결해야" 요구
- 독일 총리 정책고문 "프랑스산 원자력 수소 수입할 것"
- 프랑스-독일, 청정수소 연간 200만톤 공급하겠다
- 프랑스-독일, 수소 규제 논쟁 합의… 에너지 연대 공동 성명 발표
- 에넬, 358억 유로 예산 3개년 계획 발표...27년 석탄발전에서 완전히 손 떼
- EU수소은행, 청정수소 생산 위해 8억유로 규모 시범 경매 시작
- EDF, 유럽 최초로 원자력 에너지 녹색채권 발행
- 프랑스, 핵융합·천연수소 투자 확대 계획 발표
- 유럽 7개국, 2035년까지 전력 시스템의 탈탄소화 약속
- 프랑스,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 제시 거부
- 소형 원전 시장, 2040년 3000억달러 규모 성장할 것 VS 가성비 낮고 환경문제 여전
- 영국 정부,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4배로 늘리겠다는 계획 발표
- 독일, 2024년 히트펌프 목표 달성 실패 예상
- EU, 넷제로산업법과 2040년 기후 목표 발표…네 가지 난제 해결해야
- EU, 5G 이어 풍력터빈도 중국산 배제한다… 명분은 ‘사이버 보안’
- 일본, 원자력으로 청정수소 생산 추진… 고온가스원자로 안전성 테스트 통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