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서 에너지 저장(ESS) 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두 지역은 기후 변화로 인한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면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에너지의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이들 주 정부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연방정부 에너지정보청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텍사스의 전력가격은 여름 기준으로 메가와트시(MWh)당 약 90달러(약 12만원), 에너지 수요가 급증할 때는 최대 3000달러(약 400만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몇 년 간 한화큐셀, SK, 삼성 등 국내 대기업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은 텍사스에 에너지 저장 시설을 앞다투어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후 에너지 저장 시설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는 등 친환경 신사업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다. 미국에서 인구수 2위, 경제력 3위를 차지하는 텍사스가 에너지 저장 분야로 산업 클러스터 지역으로서의 입지가 한층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트업 미디어 클린테크니카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에 ‘에너지 저장 혁명’이 일어나고 있으며 에너지 저장 붐에 따라 부상하고 있는 혁신 스타트업을 소개했다.

주피터 파워는 현재 655메가와트시의 에너지 저장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주피터 파워
주피터 파워는 현재 655메가와트시의 에너지 저장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주피터 파워

먼저 텍사스 최대 배터리 저장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주피터 파워(Jupiter power)가 있다. 

현재 655메가와트시의 에너지 저장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텍사스 주에서 캘리포니아 주까지 이르는 파이프라인도 1만1000메가와트시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피터 파워는 스위스 스타트업 에너지 볼트(Energy Vault)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100메가와트 배터리 유형 저장 시스템을 건설했다.

클린테크니카는 “텍사스 에너지 정책 측면에서 주피터 파워의 힘이 제일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최대 글로벌 투자기업인 블랙록과 파트너십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에너지 중심의 사모펀드 회사인 엔캡(EnCap)이 주피터 파워를 블랙록(BlackRock Alternatives)에 매각했으며, 주피터 파워는 블랙록의 ‘차별화된 인프라(Differentified Infrastructure)’ 사업의 일환으로 에너지 저장 사업 자금을 지원 받고 있다. 

 

재생에너지 저장 관리하는 폐유전의 화려한 변신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르네웰(Renewell)은 재생 가능 에너지를 저장하는 동시에 전력망 에너지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유휴 혹은 폐유정(油井)을 에너지 시스템으로 변환해 가동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를 실현한 것일까.

바로 유정 시설의 중력 원리에 집중한 것이다. 유정의 내부에 길다란 원통을 설치하는데, 이 원통은 무게추 역할을 한다. 재생 가능 에너지가 부족하거나 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때 권양기를 구동시키면 발전기가 가동된다. 발전기를 통해 생산되는 전력은 잠재 에너지로 저장되거나 그리드에 공급해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킨다. 

반대로 에너지가 과잉일 때에는 무게를 늘려 발전기 구동과 에너지 공급을 조절할 수 있다. 유정의 맨 위에 센서를 부착해 주 전력망의 에너지 상태를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르네웰의 중력 기반 전력 시스템, 일명 ‘그래비티 웰(Gravity Well)’은 재생 에너지를 저장해 텍사스 주의 전력 균형을 유지한다. 에너지 저장 비용도 킬로와트시당 5달러(약4500원)로, 현재 및 잠재 배터리 비용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르네웰은 유휴 혹은 폐유정(油井)을 에너지 저장 시스템으로 변환해 가동한다/르네웰
르네웰은 유휴 혹은 폐유정(油井)을 에너지 저장 시스템으로 변환해 가동한다/르네웰

르네웰은 정유사들과 협력해 혁신적인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 석유 탐사 및 생산 기업인 에라 에너지(Aera Energy)는 270만달러(약36억원)의 연방 보조금을 받아 캘리포니아 서부 컨 카운티에 위치한 엘크힐스 유전에서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시범 제작했다. 이는 2킬로와트시 모델로, 에너지 효율은 71%로 집계됐다. 올해 안에 최초로 상업적 가동이 착수될 예정이며, 에너지 효율을 80%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에라 에너지 측은 클린테크니카와의 인터뷰에서 “르네웰과 공식 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지만 협력 관계에 있다”며 “시스템 기술을 상업화 하겠지만 현 단계에서 실행 가능성을 언급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르네웰은 에너지를 저장할 뿐 아니라 폐유정 혹은 유휴 유정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 누출도 막는다. 에너지 저장 장치를 친환경 방식으로 가동해 에너지 저장 비용이 저렴하고 유휴 유정을 폐기하는 작업 비용보다 덜 소요되는 장점도 있다. 

르네웰이 미국 내 대규모 유전이 있는 다른 지역에도 이 기술을 도입하려는 이유기도 하다. 올해 안에 캘리포니아 리소스 코퍼레이션(CRC, California Resources Corporation)과 협력해 여러 유휴 유정을  에너지 저장 시스템으로 활용함으로써 프로젝트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르네웰 대표 켐프 그레고리는 “우리 기술은 확장성, 경제성이 있을 뿐 아니라 리튬 전지에 대한 대안책으로, 올해 말까지 더 큰 규모의 상업적 프로젝트를 운영할 것”이라며 “유휴 유정에는 30미터 길이의  압력 조절 장치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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