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재생 에너지 생산량이 늘면서, 재생 에너지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재생 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도매 시장 내 전력가격이 '제로(0)' 이하로 낮아지는 ‘마이너스 가격(Negative Price)’ 현상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마이너스 가격 현상은 무엇?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통해 재생에너지가 생산되면 변전소로 송전된다. 변전소에서 이 전력을 기업 및 가정으로 갈 수 있도록 전압을 바꾸어 배전하는데 이를 그리드라고 한다. 그리드는 발전소에서 공급되는 전력의 양과 소비되는 전력의 양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생산량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리드의 안정적 전력 흐름이 깨져 전력망이 붕괴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신재생 에너지의 발전량이 증가할 경우 원자력과 석탄발전의 발전기 출력을 멈춰야 해서 이로 인한 손실도 발생한다.
전력 공급 시스템과 고압선 부족으로 인해 전기가 발전된 곳에 머무르게 되는 병목현상이 일어날 때도 발전한 사람이 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마이너스 가격 현상이 일어난다.
독일의 싱그탱크 아고라 에네르기 벤데(Agora Energiewende)는 마이너스 전력 가격 현상에 대해 “기존 발전 시스템의 유연성이 부족한 결과”라고 말했다. 풍력 및 태양 에너지 생산이 증가하는 기간 동안 원자력 발전소, 갈탄 발전소 및 열병합 발전소의 생산량은 부분적으로만 줄었다는 것이다.
전력이 부족해도 과잉공급돼도 문제인 그리드
그리드는 생산된 전력을 거의 실시간으로 배송한다. 전력이 부족하거나 과잉공급되면 안전을 위해 그리드의 전력 공급이 차단된다. 이런 이유로 전력망이 재생 가능한 전력에 비해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곤 했다.
프린스턴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2030년까지 3600억달러(약 483조원), 2050년까지 2조4000억달러(약 3224조원)를 들여 송전 시스템을 확장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 않으면 재생 에너지의 양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연구진들은 전망했다.
마이너스 가격 현상이 처음은 아니지만 풍력 및 태양열 발전 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마이너스 가격 현상이 나타나는 빈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 솔루션 기업 예스에너지(Yes Energy)의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가격은 지난 8월 15일 기준 6.8% 동안 제로(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가 4.6%였던 것에 비하면 1.5배 상승한 결과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력망 운영자가 전력이 과잉 공급되는 기간 동안 재생 발전소를 폐쇄하도록 명령하지 않으면 마이너스 가격 발생률은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병목 현상을 없애거나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 과제
미국 내 마이너스 가격 현상의 진원지는 미국 중부 전력망 및 도매 전력 시장을 담당하는 사우스웨스트 파워 풀(Southwest Power Pool, SPP)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뉴멕시코 주에서 몬태나 주까지 약 1900만 명의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예스 에너지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첫 7개월 동안 도매가격이 약 17%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에 비해 텍사스의 주요 전력망과 캘리포니아 지역의 도매가격은 약 7%였다.
사우스웨스트 파워 풀의 제 1 전력 공급원은 풍력이다. SPP 의 시장 모닝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올봄 터빈이 너무 많이 회전해 2분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그리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풍력을 줄여야 했다"고 전했다.
미국 동부에서도 마이너스 가격 현상이 점점 더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잉글랜드를 비롯한 6개 주에서는 몇 시간 동안 -150$/MWh가 되기도 했고, 델라웨어 주와 메릴랜드 주의 일부 지역은 송전선 공사가 워싱턴 주와 볼티모어로 흘러드는 전력을 차단해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일이 잦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에넬 북미 지부에서 미국 지역 프로젝트를 개발을 맡고 있는 모나 티어니 로이드(Mona Tierney-Lloyd)는 “송전 전력망을 구축해 병목 현상을 최소화하는 것은 국가적 우선 과제 중 하나이며, 전기를 보다 경제적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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