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 모빌이 행동주의 투자그룹에 대한 소송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 엑손 모빌 홈페이지
엑손 모빌이 행동주의 투자그룹에 대한 소송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 엑손 모빌 홈페이지

엑손 모빌이 행동주의 투자자의 항복 선언 후에도 소송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2일(현지시각) 로이터는 행동주의 투자그룹 아르주나 캐피탈(Arjuna Capital)과 팔로우디스(Follow This)가 보다 강력한 기후 목표 수립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철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엑손 모빌이 소송을 취하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1월 기후운동단체 팔로우디스와 아르주나 캐피털은 엑손 모빌의 기후 목표에 스코프3(Scope 3, 밸류체인 전체 온실가스 배출)를 포함시키도록 하는 주주제안을 요구했다. 엑손 모빌은 이를 두고 “극단적인 의제이며 지나친 경영권 침해이자, 회사의 경제적 성과 개선이나  주주가치 창출이 아닌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정치적 의제를 위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미 대선 앞두고 안티 ESG 움직임 격화…

기후 활동가들 ‘항복’했지만… 엑손은 소송 취하 안 해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 내 반(反) ESG 움직임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양대 석유메이저 중 하나인 엑손 모빌이 “주주총회 안건으로 극단적인 감축안이 상정되는 것을 막아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기업이 주주를 고소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소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주주제안 배제 요청서를 제출하지 않고 법원으로 직행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하지 않는 결의안이 있다면 투표안에서 삭제할 수 있도록 SEC에 승인을 요청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엑손 모빌은 그동안 SEC가 기후 결의안에 비교적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줬다고 판단, 곧장 법원으로 갔다. 이에 파이낸셜 타임즈는 “SEC는 일부 기업으로부터 기후 활동가들의 결의안이 주총에서 너무 많이 의결되도록 허용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엑손 모빌이 강수를 둔 배경에는 이번 기후 제안에 포함된 스코프3 배출량 감축 압박이 있다. 스코프 3는 기업 전체 가치 사슬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의미한다.  5개 서구 석유 메이저 중 스코프 3 목표가 없는 기업은 엑손 모빌이 유일하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한 발 물러섰다. 기후 목표 설정 요구를 포기한 것이다. 팔로우디스 설립자 마크 반 발(Mark van Baal)은 2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엑손이 주주들에게 연례 회의에서 투표의 자유를 허용하기보다 법정에서 싸우고자 하는 점을 감안해 기후 제안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엑손 모빌은 “우리의 계획에는 변화가 없으며, 소송은 계속될 것”이라며 법정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에서 엑손 모빌은 크게 세 가지를 요구했다. 기후 결의안을 주주 투표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법적 승인, 변호사 수임료와 소송 비용, 법원이 정당하고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구체적인 구체 대책 등이다. 이는 이번 소송이 주주행동을 저지할 수 있는 법적 선례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르주나 캐피털의 최고투자책임자 나타샤 램(Natasha Lamb)은 이와 같은 엑손 모빌의 행보를 두고 “투자자들을 침묵시키기 위한 협박과 괴롭힘의 전술”이라고 비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엑손 모빌은 다른 환경 관련 주주 결의안도 저지하고 나섰다. SEC에 플라스틱 오염 및 기후 관련 자산 매각과 관련된 주주제안은 주주투표에서 제외해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기후 결의안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한편 엑손 모빌은 바이든 정부의 기후 정책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바이든 정부의 천연가스 수출 허가 중단 결정을 두고 기후 노력을 늦추는 ‘실수’라고 지적한 것이다. 엑손 모빌 최고재무책임자 캐시 미켈스(Kathy Mikells)는 "LNG 생산을 줄이면 세계의 배출량 순제로 달성에 실제적으로 해를 끼칠 것", "그것은 실수"라고 밝혔다. 

엑손은 현재 카타르와 함께 미국 걸프 해안을 따라 LNG 수출 시설을 건설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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