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국영 전력회사 EDF(Électricité de France SA)가 유럽 최초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채권은 2027년 만기 예정이며, 3.75%의 이자율로 10억유로(1조 4137억원)를 충당한다. 해당 자금은 EU택소노미에 부합해 기존 원자력 에너지 설비에 대한 수명 연장 비용으로 쓰일 예정이다. EU택소노미는 ▲4세대 원자력 기술 개발 ▲3세대 원전 건설 및 운영 ▲ 기존 원전의 운전기간 연장 위한 설비 변경 및 개선을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으로 분류하고 있다.
원자력, EU택소노미 포함에도 불구하고 투자계 관심 받지 못해…
EDF 녹색채권 투자 확대 물꼬 될까
지난 2022년 7월, 유럽 의회가 원자력 에너지를 EU택소노미에 포함시켰지만 ESG투자계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에 여전히 부정적인 모습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의 30대 은행 중 원자력 에너지를 녹색·지속가능채권에 포함시킨 곳은 한 곳도 없다. 가장 대표적인 ESG채권 상품으로 꼽히는 블룸버그 MSCI 녹색채권 지수(Bloomberg MSCI Green Fund Index)또한 원자력 에너지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23억 유로(3조 2395억원)규모의 래스본 윤리적 채권 펀드 (Rathbone Ethical Bond Fund) 매니저, 브린 존스(Bryn Jones)는 “원자력이 저탄소에너지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원자력 발전소의 장기적 운영이 생물다양성 등 환경 분야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신할 수 없다”며 “환경 리스크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원자력에너지에 섣불리 투자할 수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EU택소노미가 제정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투자계의 부정적인 태도로 인해 EU에서 원자력 발전 분야의 녹색 채권 발행이 한 건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때문에 유럽의 에너지 기업들도 원자력 발전 분야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EDF는 EU택소노미 발표 이후, 새로운 녹색 금융 프레임워크를 수립하고 원자력을 해당 프레임워크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원자력이 포함된 녹색 채권과 그렇지 않은 녹색 채권을 구분하여 채권을 발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캐나다와 프랑스, 원자력 발전 분야 녹색 투자 주도…
투자확대 모멘텀 만들 수 있을까
유럽 최초로 원자력 에너지 녹색채권이 발행된 가운데, 해당 분야의 녹색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캐나다다. 캐나다는 지속가능한 금융 행동 위원회 (Sustainable Finance Action Council)의 주도하에 택소노미 로드맵을 수립하고 원자력 발전 분야의 일부 지출을 녹색 활동으로 분류한 바 있다. 특히 택소노미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녹색 채권을 통해 원자력 발전 분야의 일부 활동에 대해 직접적인 자금조달을 수행할 수 있다. 여기에는 ▲신규 발전소 투자 ▲기존 원자력 시설 개선 ▲ 원자력 공급망에 대한 투자(일부 항목)가 포함된다.
또한 지난 2021년, 캐나다의 전력업체 브루스 파워 (Bruce Power LP)는 세계 최초로 원자력 발전 분야의 녹색채권을 발행한 바 있으며, 2022년 7월경에도 온타리오 파워 (Ontario Power Generation)가 원자력 발전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원자력 에너지가 전력 생산의 62.6%를 차지하는 프랑스 또한 원자력 발전 명목의 녹색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국영 전력회사 EDF가 유럽 최초 녹색채권을 발행한 가운데, 금융기관 크레디 아그리콜(Credit Agricole)은 녹색 금융 프레임워크에 원자력을 포함해 해당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또한 지난 2월, 프랑스는 EU 내 친원자력 국가 14곳과 함께 비공식 원자력 연맹(Nuclear Alliance)을 창설해, 원자력 에너지 투자 확대를 위한 다양한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캐나다와 프랑스의 주도로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녹색 투자가 확대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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