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원자력 발전소/픽사베이
사진은 원자력 발전소/픽사베이

미국의 원자력 폐기물에는 100년 동안 미국 전체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가 있으며, 폐기물 관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CNBC가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부소장 제스 게힌(Jess C. Gehin)에 따르면, 원자력 폐기물을 에너지로 바꾸는 데 필요한 기술은 고속원자로(nuclear fast reactor, 고속로)로 알려져 있으며, 수십 년 전부터 존재했었다. 이 기술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가동된 미국 정부의 연구실 시험공장에서 증명되었다고 한다. 

다만, 이 기술은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상업적인 규모로 개발된 적은 없다. 하지만 최근 탈탄소를 위해 원자력이 청정에너지로 떠오르면서 고속로 또한 다시 한번 진지하게 주목받고 있다.

헷지 펀드 회사인 세그라 캐피탈(Segra Capital Management)의 원자력 전문가인 브렛 램팔(Brett Rampal)은 ”그 어느 때보다도 현실처럼 느껴진다”라고 CNBC에 말했다. 램팔은 2007년 플로리다 대학에서 이 기술에 관련한 프로젝트를 했었고, 그 당시 교수들이 이 기술의 미래에 대해 논쟁했었던 것을 기억한다. 

 

이미 오래 전에 개발, 입증된 기술

미국 원자력 규제위원회 대변인 스콧 버넬(Scott Burnell)에 따르면, 미국 내 55개 지역에 93개의 상업용 원자로가 있다. 26개는 해체 과정에 있다. 미국에서 가동되는 모든 원자로는 경수로 설계라고 버넬은 CNBC에 말했다.

경수로에서, 우라늄-235 연료는 원자의 핵이 더 작은 핵으로 분열되어 에너지를 방출하는 핵분열 반응을 일으킨다. 이 에너지는 물을 가열하여 발전기에 전력을 공급하고 전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증기를 생성한다. 

핵분열 반응은 폐기물을 남기는데, 이것에는 방사능이 있으므로 주의깊게 관리되어야 한다. 제스 부소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는 경수로에서 나오는 약 8만톤의 사용후연료가 있으며, 현존하는 시설을 통해 매년 약 2000 톤의 사용후 연료가 추가로 나온다"고 말했다. 

이러한 원자력 폐기물에는 여전히 엄청난 양의 에너지 잠재력이 남아 있다고 한다. 게힌 부소장은 CNBC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경수로에서는 땅에서 파낸 우라늄에서 나오는 에너지의 0.5퍼센트를 사용한다"며 "고속로를 통해 연료를 재활용한다면 그 에너지의 많은 부분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고속로 기술은 이미 50여 년 전부터 있었다. 실험 증식로 II(EBR Ⅱ)라고 불리는 고속로 시설은 1958년에 착공하여 미국 의회가 자금 지원을 중단할 때까지 1964년부터 1994년까지 가동되었다.

게힌 부소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EBR Ⅱ 원자로를 30년 동안 현장에서 가동해 우라늄을 회수하고 원자로에 다시 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비결은 그것이 경제적으로도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상업적인 규모로 키우는 것이다. 매우 안전한 기술로, 기술의 기반이 모두 검증됐다"고 밝혔다. 

다만 고속로는 원자력 폐기물의 양을 줄어들게 하기는 하지만, 폐기물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

 

고속로가 대규모로 건설되지 않은 이유

20세기 중반, 원자력은 화석연료가 고갈될 경우에 대비한 해결책으로 여겨졌다. 동시에, 미국이 필요로 하는 재래식 원자로에 연료를 공급하기에 충분한 우라늄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고속로는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개발됐다. 게힌 부소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고속로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하며 최소한의 우라늄 연료만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실제로 상당한 양의 우라늄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기 시작하면서, 고속로의 필요성이 급감한 것이다. 거기에다 1979년 미 펜실베니아 스리마일 섬에서 일어난 원자력 사고 때문에 원자력 에너지가 전반적으로 인기를 잃기 시작했다. 이뿐 아니라 석탄, 나중에는 천연가스 등이 풍부하고 저렴한 에너지원이 되자 일반적인 경수로보다 비싼 고속로는 더 비싸게 여겨져 외면을 받아왔다고 한다. 게힌 부소장은 "미국 최초의 상업용 고속 원자로 개발도 비용 초과로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덕분에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대중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원자력은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동시에 고속로 기술을 보다 비용 효율적으로 재설계하는 것을 고려하고 움직임도 생겨났다.  

현재 고속로 기술로 전력을 생산하는 나라는 러시아뿐이다. 인도와 중국은 앞으로 상업용 고속로를 건설할 계획이다. 

2019년, 미국 에너지부(DOE)는 자체 고속 스펙트럼 테스트 원자로인 다목적 테스트 원자로를 건설 중이라고 발표했지만, 2022 회계연도 옴니버스 자금 지원 법안에 자금을 지원받지 못했다. 미국은 30년 가까이 시범 실험 시설이 없어서 ”이러한 능력을 가진 러시아, 중국, 인도에 밀리고 있다”고 원자력 사무국은 5월 서면 성명을 통해 밝혔다.

정부가 천천히 움직이는 동안, 미국에선 스타트업 오클로(Oklo)와 빌 게이츠가 투자한 테라파워(TerraPower), 그리고 대기업 웨스팅하우스 등이 고속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러시아가 공급망을 지배하고 있어

민간 기업들이 고속로 설계를 혁신하고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인프라 장벽은 있다. 

원자력 폐기물이 고속로 동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재처리되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러시아만이 이 일을 대규모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게힌 부소장은 프랑스 역시 원자력 폐기물을 재활용할 능력이 있지만 프랑스는 일반적으로 재활용 연료를 기존 경수로에 다시 넣고 있다고 말했다.

게힌 부소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아이다호 국립연구소가 연구 개발에 필요한 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지만 연구 개발 규모 이상의 규모는 처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속로 기술을 상용화하려는 민간 기업들은 국내 연료 공급망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테라파워는 공급망에 투자하고 선출직 지도자들과 협력해 정치적 지지를 얻고 있으며, 스타트업 오클로는 정부로부터 3개의 상을 받았으며, 고속로 연료 공급망을 국내에서 상용화하기 위해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속로를 가동하는 또 다른 방법은 원자력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고농축 우라늄을 의미하는 'HALEU연료'를 만드는 것이다. 기존 원자로가 5%까지 농축된 우라늄을 사용하지만 HALEU는 20%까지 농축된 우라늄이다.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것보다 HALEU를 직접 생산하는 것이 더 쉽다고 게힌 부소장은 말한다. 그러나 결국에는 더 저렴한 방법이 성공할 것이라고 한다. 아직까지는 러시아가 상업적인 규모로 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스타트업 오클로의 CEO이자 공동 창업자인 제이콥 드윗(Jacob DeWitte)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재활용 연료에 대해 낙천적"이라며 "이 처리과정은 전기 정제를 사용하여 폐기물의 초우라늄과 우라늄을 전기 화학적으로 재활용하고 연료 공급 물질로 만든다. 우리는 이 시설을 10년후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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