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미국 내 200대 대기업 협의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은 지난해 주주 이익 최우선 원칙을 포기하고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더불어 성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에서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라는 신자본주의를 제시했다. 지금까지 기업의 목표였던 이윤 창출 극대화를 넘어, 생존을 위해선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고민하는 기업과 공공기관, 학계가 뭉쳤다. 지난 22일, 대한민국 지속가능경영 포럼(KBR, Korea Business Roundtable)은 창립식을 개최하고 한국형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한민국  지속가능경영 포럼 창립식

이번 창립식은 ‘기업과 사회의 선순환을 위한 첫걸음’을 주제로 △임시총회 △창립행사 △기조강연(김재구 명지대 교수) △세미나(신현상 한양대 교수) △운영계획 공유 순으로 진행됐다. 

지속가능경영 포럼 초대 이사장직을 맡은 유창조 동국대 교수는 “기업이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다 보면 소비자는 매출로, 매출은 수익으로 기업에 화답할 것”이라며 “지속가능경영을 선도하는 플랫폼으로 역할 하겠다”고 밝혔다. 

명지대 경영학과 김재구 교수는 ‘지속가능경영, 기업과 사회의 선순환’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김 교수는 “기업과 사회관계에 대한 재인식을 기반으로 사회적 가치가 경영 시스템에 자리 잡게 해야 한다”며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를 확장해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양대 경영학부 신현상 교수는 ‘The Economics of Mutuality(EoM, 상생의 경제학)’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M&M’s와 트윅스 등으로 유명한 미국의 식품업체 마즈(MARS)와 이커머스 기업인 중국의 징동닷컴을 사례로 상생의 경제학 개념에 대해 설명했다. 신 교수는 “기업이 생태계의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다면, 비즈니스 모델 혁신 및 지속가능성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기업과 사회의 선순환을 위한 새로운 경제모델'을 주제로 이병훈 상무(현대자동차그룹), 정권택 전무(삼성경제연구소), 정문철 상무(KB금융지주), 김용기 처장(동서발전) 등 포럼 회원사 임원이 참여했다. 

사회와 상생하기 위한 기업의 사업으로 삼성전자의 ‘대중소기업 상생형 스마트공장 지원사업’,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드림센터’, KB금융지주의 ‘생태계 지원을 위한 모바일 플랫폼 KB bridge’, 동서발전의 ‘농촌 상생형 친환경 연료전지 시범사업’을 소개했다. 

 

Q. 이해관계자의 범위가 넓어지면 서로의 이익이 상충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권택 전무(삼성경제연구소)

“공동의 목적을 설정하고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사회공헌활동은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만 해왔다. 이런 한계를 넘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소비자가, 국민이, 인류가 고민하는 난제가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NGO 등과도 협업해야 한다고 본다.”

 

이병훈 상무(현대자동차그룹)

“기업은 이익 극대화가 목적이다 보니 신속성과 효율성 위주였다. 이해관계자를 넓히기 위해선 기업이 가치 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이런 접근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공통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는 원래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아니겠느냐.” 

 

Q. 대부분의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위한 사업을 미래동력이라고 생각하기보단
단순히 책임으로, 비용으로만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사업들이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과 연결된다고 믿고 계신지?

정문철 상무(KB금융지주)

“기업이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선 당연히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년 동안 중소기업과 구직자들을 연결해주는 ‘KB굿잡’을 진행한 이유도 함께 성장하면 장기적으로 전체적인 부의 수준이 올라가 기업도 오래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1000억원 규모의 사회 투자 펀드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가치를 향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에 기반이 되기 때문에, 비용을 들이는 일이 아니라 투자라고 생각한다.”

 

김용기 처장(동서발전)

“공기업의 경우 정부나 지자체의 눈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는 이해관계자들까지 고려한다.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사업은 결국 정책에 대한 지지, 정부에 대한 신뢰로 돌아오기 때문에 단순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고 생각하는 거다.”

 

신현상 교수는 마지막으로 “기업과 사회가 공존하기 위해서 단기적으로는 진정성·파트너십·임팩트가, 중장기적으로는 지역사회·글로벌 커뮤니티·싱크탱크 및 언론이 키워드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대한민국 지속가능경영 포럼에는 한국마케팅협회를 비롯해 한국표준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공공기관과 LH·인천국제공항 등 공기업, 삼성경제연구소·현대차그룹·현대백화점그룹·KB금융그룹·동아쏘시오홀딩스·한미약품· KT·포스코·롯데호텔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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