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기업의 지속가능성 규제를 완화하려는 유럽연합(EU)의 움직임에 대해 공식 경고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19일(현지시각) 유럽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유럽연합(EU)이 옴니버스 패키지 개정이 추진되면, 유로시스템의 기후변화 대응 역량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속가능성 보고 의무 축소 시, 기후 리스크 관리 능력 약화 우려
이번 서한은 유럽집행위원회(EC)의 ‘옴니버스 패키지’ 개정안 논의를 앞두고 공개됐다. 이 개정안은 기업의 규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및 실사지침(CSDDD), 녹색분류체계 규정,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EU의 주요 ESG 정책들을 대폭 수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핵심은 CSRD 적용 대상을 현행 250명 이상에서 1000명 이상 기업으로 상향하는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보고 의무를 지는 기업의 약 80%가 규제 대상에서 제외 된다. CSDDD 역시 기업이 인권 및 환경 실사 대상을 직계 사업 파트너로 한정하고 실사 빈도도 낮추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한발 더 나아가 적용 기준을 직원 3000명 이상, 매출 4억5000만유로(약 7200억원)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CB는 2021년부터 통화정책 전반에 기후 요인을 반영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단계적으로 시행해왔다. 지난해 말부터는 유로존 각국 중앙은행이 자체 신용평가 과정에서 기후 요소를 고려하도록 했으며, 2026년 하반기부터는 기업체 담보 평가 체계에 기후요인을 반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ECB는 이 같은 보고 의무 축소가 현실화될 경우,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 관리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별 기후 관련 데이터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데이터 공백’이 발생할 것이며, 이는 기후 리스크 평가와 중앙은행 대차대조표 전반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직접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서한에서 "ECB와 유로시스템이 기후변화와 자연 훼손의 경제적 영향을 제대로 분석하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양적 데이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금융 안정성ㆍ기후 대응 역량 균형 유지하면서 보고 의무 완화 해야
ECB는 또 다른 위험 요인으로 CSRD의 국내법 전환 지연 가능성을 지목했다. 유로존 회원국들이 지침을 제때 국내법에 반영하지 못하면, 기후 관련 금융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고 유로시스템의 기후 대응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ECB는 지속가능성 보고를 통한 금융·경제 전반의 투명성과 안정성 확보라는 이점을 유지하면서, 기업 부담이 과도하지 않도록 ‘비례적(proportionate)’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즉, 보고 의무 완화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금융 시스템 안정성과 기후 대응 능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속가능성 보고는 유럽 경제와 금융 시스템의 투명성과 안정성 확보에 기여해왔다”며 “보고 의무 완화는 가능하지만, 금융 안정성과 기후 대응 역량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EU 순환경제 확산 속 아답테오 20억유로 투자 유치…탄소발자국 96% 줄인다
- EU, 플라스틱 조약서 ‘생산 제한’ 사수…협상 종료 사흘 앞두고 교착 심화
- 유럽은행감독청, CRR3 ESG 공시 집행 유예…옴니버스 법안 확정 전 ‘규제 충돌’ 방지
- EU, 역대 최대 해상풍력 CfD 승인…프랑스, 공급망 평가도 입찰에 반영
- EU, 메탄 규제 철회 없다… 미국산 LNG 통상 갈등엔 '이행 유연성' 카드
- EU, 항공 기후요금 손보면 세수 10배↑… 최대 1조1000억유로 확보 가능
- 유럽사법재판소, 환경단체 소송 기각…스페인 4조8000억 풍력 프로젝트 재개 전망
- EU, 7500억달러 美 에너지 수입 합의…기후 목표·공급 현실 '충돌'
- EU, 중소기업 ESG 공시 기준 ‘VSME’ 채택…공급망 정보요구 상한선도 명시
- 유럽 ECB, 기업채 담보 평가에 기후 요인 반영…전환 리스크 따라 가치 차등
- EU, 2026년 러시아산 석유·가스 신규계약 금지…2028년 수입 전면 중단
- 투자·관광업 부담 완화 앞세운 EU, 항공·해운 연료세 2035년까지 유예 추진
- 도이체방크, 탄소예산·보상 연계 등 전환 전략 강화…올 상반기 지속가능금융 44조 실적
- EU, CBAM 편법 차단 대책 마련…국가 단위 배출계수 검토
- 인도, EU에 CBAM 면제 요청…철강 수출 65% ‘직격탄’ 우려
- EU 기업 70%, 규제 완화 반대…“지속가능성 의무가 경쟁력”
- ECB, 기후리스크 반영했지만 신용평가 영향 제한적…"데이터 격차가 최대 과제"
- ECB, 기후리스크 감독 본격 제재 단계로…은행 ‘중대성 평가’ 미이행 첫 과태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