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국영 종합에너지기업 에퀴노르가 미국 해상풍력 프로젝트에서 9억5500만달러(약 1조3100억원) 규모의 감손손실을 기록했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회사는 정부가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추가 투자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가 24일(현지시간) 전했다.

사진=에퀴노르 홈페이지
사진=에퀴노르 홈페이지

 

美규제 불확실성에 1조3000억원 감손..."정부 의지 없으면 투자 불가"

에퀴노르는 엠파이어 윈드 1·2 해상풍력 프로젝트와 사우스 브루클린 해양터미널(SBMT) 관련 자산에서 총 9억5500만달러의 감손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7억6300만달러(약 1조500억원)는 엠파이어 윈드 1과 터미널에서 발생한 손실이며, 나머지는 엠파이어 윈드 2의 임대권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손실은 트럼프 행정부의 해상풍력 인허가 중단 조치와 투자세액공제(ITC) 철회, 철강 관세 인상 등 정책 변화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철강 관세가 인상됨으로 프로젝트 비용이 3억달러(약 4110억원) 증가했으며, 엠파이어 윈드 2는 세액공제 혜택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에퀴노르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첫 연방 임대권을 확보한 것은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였고, 2023년 바이든 행정부에서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2025년 1월 트럼프 대통령 복귀 직후 해상풍력 임대가 일시 중단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4월에는 연방 내무부가 엠파이어 윈드 개발에 대해 중단 명령을 내렸다가 다시 철회했지만, 에퀴노르는 해당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이미 훼손된 것으로 판단했다.

토르그림 레이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새로운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전제로 터미널 투자를 했는데, 이제 회수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며 "투자세액공제가 사라지고 정부가 해상풍력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더 이상 이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스 시장서도 실적 부진...공급 부족 우려까지 겹쳐

해상풍력 사업이 잇따른 규제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에퀴노르는 가스 사업에서도 실적이 하락했다. 2025년 2분기 조정 세전이익은 65억4000만달러(약 9조원)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줄었다.

주가도 떨어졌다. 유럽 에너지업종 지수가 23일(현지시각) 기준으로 1.6% 상승한 반면, 에퀴노르의 주가는 1% 하락했다. 

주요 요인으로는 유가 하락이 지목됐다. 에퀴노르는 유럽과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면서 일부 손실을 상쇄했지만 전체적인 수익성 개선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로이터는 현재 유럽 가스 저장률이 65.4%로 지난해 83%보다 크게 낮아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안데르스 오페달 에퀴노르 CEO는 "이런 상황이 올해 가을이나 겨울철의 수요 증가와 맞물려 가스 시장의 공급 압박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퀴노르는 유럽에서의 가스 수급을 확대하기보다는 자체 생산량을 증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회사는 올해 원유·가스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4%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으며, 연간 130억달러(약 18조원) 규모의 설비투자 계획도 유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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