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보험 및 재보험 거래소인 런던 로이드(Lloyd's of London)가 향후 3년 동안 보험사들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컨설팅에는 보험의 인수, 투자, 리스크의 측정 및 노출 관리, 보험료 지급을 위한 자본 및 준비금 관리 방안 등이 포함된다.
런던 로이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보험거래소로 다양한 보험 투자 프로젝트들이 거래되는 일종의 IB(투자금융)시장이다.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관리업체, 투자자, 보험 계약의 인수 여부를 판단하는 언더라이터(Underwriter) 등의 참여자들이 모여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보험업계, 기후변화로 휘청…
자연재해로 인한 전 세계 보험손실, 지난 30년간 2.5배 증가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면서 보험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WO)에 따르면, 기후변화, 기상이변 심화, 정보 공개 시스템의 발전 등으로 지난 50년간 가뭄, 폭풍, 홍수, 극한 폭염 등 재해 건수는 5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보험연구원은 올해 9월 ‘기후변화 관련 보험상품 현황 및 개선 과제’ 리포트에서 자연재해로 인한 국내 재산 피해액이 1960년대 1.3조원에서 1990년 8.7조원, 2000년대 들어서는 20조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재해 빈도가 높은 기후 피해 지역일수록 보험료도 오른다는 점이다.
실제로 23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보험료 상승으로 주택 보험 가입을 포기하는 호주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 중 하나로, 2019~2020년 여름에는 산불 피해가 극심했고 2022년에는 동부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폭우와 홍수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호주의 보험 계리사 협회(Actuaries Institute) 8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31일까지 호주 주택보험료 중윗값은 1894호주달러(약 162만원)를 기록, 28% 상승했으며 홍수나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지역에서 보장 수준이 가장 높은 주택보험 보험료는 50%나 뛰었다.
보험사들의 재무 건전성도 흔들리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가 빈번해지자 보험사들의 보험인 재보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재보험사에 보험료의 일부를 주는 대신, 위험을 분산해 일정 수준 이상의 손실을 입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재보험사 스위스리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자연재해로 인한 보험 손실은 1992년 500억달러(약 65조1750억원)에서 2022년 1252억달러(약 163조1982억원)로 2.5배 증가했다. 이는 재보험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재보험 중개업체 갤러거리의 1월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재보험사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등으로 인한 손실로 2023년 보험료를 작년 대비 최고 200%까지 인상했다.
로이드, 향후 3년간 보험업계 저탄소 로드맵 제공…
공시 관련 규제 정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전환 리스크 분석도 지원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최고의 보험 및 재보험 거래시장 로이드가 23일(현지 시각) 보험사의 저탄소 전환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으며, 회원사들을 위해 자문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로드맵은 보험의 인수, 투자, 위험관리, 자본 및 준비금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저탄소 전환을 위해 향후 3년간 해야 할 일들을 제시하고 있다.
로이드는 보도자료에서 “해당 로드맵은 보험시장 참가자들이 진화하는 공시 규제의 요구사항을 탐색하는 것을 포함하여, 보험사들이 개별적인 지속가능성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로이드가 변화하는 거시환경 속에서 어떻게 회원사들을 지원할 것인지 보다 명확히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드맵은 기후 관련 리스크 관리, 자본잉여금, 전환 계획에 대한 감시 메커니즘과 예상되는 규제 수준도 제시한다. 로이드는 해당 로드맵이 주요 분야에 초점을 맞춘 조치들로 단기 실행이 가능하며, 향후 몇 년간 정부 정책 및 규제 요건에 부합할 수 있도록 변화 사항을 지속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드는 기후변화에 따른 새로운 보험상품 관련 지침을 제공하고, 탄소배출 회계 측정 프레임워크 개발에을 통해 지구 온난화로 인한 보험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로이드의 자문 서비스에는 자산을 운용하는 보험사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에너지 전환 리스크 파악을 위한 솔루션 제공도 포함돼 있다.
로이드 최고경영자 존 닐(John Neal)은 이번 로드맵 발표를 두고 “이번 컨설팅을 통해 보험시장이 저탄소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이라는 도전에 직면한 회원사들을 도울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의 목표는 시장 참여자들이 전환 과정과 그 이후에도 개별적인 기후 전략을 수립해 사업 운영에 있어 더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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