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메탄 배출 규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23일(현지시각) 보도된 로이터통신 기사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2030년부터 EU에 수입되는 화석연료의 메탄 배출을 규제하는 법안을 심의중이다. 초안에 따르면 EU는 2026년부터 메탄 배출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한 후, 2028년부터 화석연료 수입업체의 메탄 배출 모니터링을 의무화하고, 2030년부터는 수입되는 화석연료에 메탄 배출 규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메탄 유출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메탄을 대량으로 배출하는 기업에 2026년까지 긴급대응체계 수립을 요구할 계획이다.

현재 유럽은 화석연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천연가스의 수입비중은 무려 80%에 달한다. 

EU 집행위원회, 이사회, 의회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COP28)가 열리는 11월 30일 전까지 법안의 통과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메탄배출규제, 단기적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효과적…

법안 최종 합의 이루어질 수 있을까

에퀴노르의 노르웨이 천연가스와 유럽의 천연가스 메탄집약도 비교/Equinor
에퀴노르의 노르웨이 천연가스와 유럽의 천연가스 메탄집약도 비교/Equinor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이어 기후변화에 끼치는 영향이 두 번째로 큰 온실가스다. 메탄의 지구온난화지수는 21인데, 이는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에 비해 지구온난화에 끼치는 영향이 21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석탄보다 탄소 배출이 낮은 천연가스를 탄소중립 달성의 단기적 가교역할(Transition Fuel)로 활용하고 있는데, 가스 공급 과정에서 메탄 유출이 발생할 경우 석탄보다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실제 에너지 전문 리서치 기관 RMI에 따르면, 웨스트 버지니아의 천연가스 가치사슬에서 메탄 유출이 1.4% 이상 발생할 경우 석탄보다 온실가스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대기 중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단기적 배출감축으로 인한 기후변화 예방 효과가 가장 크다. 때문에 지난 5월부터 유럽 의회에서는 수입되는 화석연료의 메탄 배출 규제에 법안 투표가 이뤄졌다. 

하지만 EU회원국 간 의견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법안 통과가 지연됐다. 프랑스, 룩셈부르크 등은 EU의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법안을 지지했으나 루마니아, 헝가리 등은 경제적 부담 가중을 이유로 법안을 반대했다. 이에 법안 발의가 지연되자, 지난 9일 프랑스가 직접 입법 제안서를 제출해 EU차원의 메탄 규제의 조속한 도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법안이 통과될 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국가는 노르웨이가 될 예정이다. EU의 천연가스 수입국 중 탄소배출 집약도가 가장 낮은 곳이 노르웨이이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의 석유가스업체 에퀴노르(Equinor)에 따르면, 노르웨이 천연가스의 메탄집약도는 0.32%로 유럽의 평균 메탄집약도 (0.6%)의 절반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 알제리 등의 주요 수출국은 가치사슬 내 높은 메탄 유출로 인해 법안 도입 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기후 전문가들 EU 메탄배출 규제 지지… 법안 적용시점은 2030년보다 앞당겨져야

 글로벌 메탄 서약 발표 현장/Reuters
 글로벌 메탄 서약 발표 현장/Reuters

기후전문가들은 EU의 메탄배출 규제 소식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익명의 미국 국무부 소속 전문가는 “EU의 메탄 배출 규제는 천연가스 구매자에게 압박을 가해 업스트림 공급망의 메탄 배출을 효과적으로 감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글로벌 차원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EU의회 의원이자 기후전문가인 유타 파울루스(Jutta Paulus)는 “수입산 석유 및 가스는 EU의 화석연료 사용 비중의 9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메탄 배출을 규제하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며 “하지만 법안 적용 시점이 2030년인 것은 너무 늦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지난 2021년 11월 미국과 EU가 발표한 글로벌 메탄 서약은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메탄 배출량을 3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때문에 EU의 메탄 배출 규제 법안 적용시점이 2030년으로 정해질 경우, 해당 서약에 부합하지 못하게 된다. 이에 EU의회에서는 법안 적용시점을 2026년으로 앞당기는 것을 논의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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